이순재, KBS 연기대상 최고령 수상 “60 넘어도 공로상 아니라 연기로 평가해야…”

이순재[연합]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2024 KBS 연기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은 배우 이순재(89)가 수상했다.

‘2024 KBS 연기대상’은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생중계로 열렸지만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해 지난 11일로 연기돼 녹화 방송됐다. 진행은 장성규, 서현, 문상민이 맡았다.

이순재는 KBS2 수목드라마 ‘개소리’로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가 됐다. KBS 연기대상 수상자의 기존 최고령은 2008년 김혜자이다. 남자 최연소 대상은 2015년 김수현이다. 지난 2023년 ‘고려거란전쟁’을 포함해 4관왕의 영예를 안은 최수종은 KBS 연기대상 최다 수상자다.

‘개소리’는 시니어 배우들과 경찰견 출신 ‘소피’가 그리는 유쾌하고 발칙한 노년 성장기를 담은 시츄에이션 코미디 드라마였다.

여기서 이순재는 개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서, 소피와 함께 동네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파헤치며 ‘명예 탐정’으로 등극했다. 믿고 보는 레전드 배우 이순재는 매 순간 모든 장면에 열정을 쏟았고 연륜과 여유 또한 보여준 바 있다.

이순재는 “오래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습니다”라는 말로 수상소감을 시작했다.

이어 “‘언젠가는 출연 기회가 한 번 오겠지’ 하면서 늘 준비했다. 그동안 대상 하면 이순신 장군 등 역사적 인물이 주로 받았다. 얼마든지 줄 수 있다. 미국의 캐더린 햅번 할머니는 30대에 한번 받고, 60대 이후에 3번 탔다. 우리나라 같으면 전부 공로상. 60살 먹어도 잘 하면 상을 준다. 공로상이 아니다. 연기는 연기로 평가해야지, 인기나 다른 것으로 평가하면 안된다”고 했다.

또한, “이 상은 내 개인 상이 아니다. ‘개소리’에는 소피를 비롯한 수많은 개가 나오고, 그들도 맡은 바를 다했다. 많은 배우들도 파트마다 역할이 있었다”면서 “제가 4시간 반 걸리는 거제를 20회 왔다갔다 하면서 촬영했다”고 전했다.

이순재는 “감사한 학생들이 있다. 제가 가천대 석좌 교수로 13년째 근무하고 있다. 학생 한사람씩 구체적으로 지도한다. 작품을 정해 기말 발표를 하기 때문에 6개월이 걸린다”면서 “그런데 드라마 촬영 시간과 안맞아 내가 교수자격이 없다고 하자, 학교에서 걱정하지 마시고 촬영 다녀오라고 하더라. 눈물이 나서 그 학생들을 믿고 최선을 다한 게 오늘의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대상을 제자들 덕분으로 돌렸다.

이순재는 마지막으로 “시청자 여러분께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고 말하며 울컥거렸다.

이순재가 감격어린 수상소감을 전하는 동안 객석에서는 많은 후배 배우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이순재는 ‘개소리’에서 함께 연기한 명탐정 안내견 아리(소피)와 후배 배우 연우와 함께 베스트커플상까지 받았다. 소피는 ‘개소리’에서 대사로 “어차피 대상은 이순재…”라고 표현한 바 있다.

연우는 ‘개소리’에서 은퇴한 경찰견 ‘소피’를 입양해서 키우는 신입 경찰 ‘홍초원’을 연기했다. 자꾸 순재네 마당으로 뛰어 들어가는 소피 때문에 소피와 이순재가 친해졌다.

이순재는 다섯 커플에게 주어진 베스트 커플 수상소감에서 “이 친구(소피)의 역량이 없었다면 지탄받을 뻔했다. 내가 짖을 뻔했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한편, 방송 말미에는 남궁원, 오현경, 남일우, 권성덕, 김동수, 김수미, 박지아, 송재림 등 2024년 한 해 저 하늘의 별이 된 배우들을 기리는 영상을 내보내 뭉클함이 느껴졌다.

□‘2024 KBS 연기대상’ 수상자(작)

대상 : ‘개소리’ 이순재

최우수상 남자 : ‘미녀와 순정남’ 지현우, ‘다리미 패밀리’ 김정현

최우수상 여자 : ‘다리미 패밀리’ 박지영, ‘미녀와 순정남’ 임수향

미니시리즈 우수상 남자 : ‘환상연가’ 박지훈

미니시리즈 우수상 여자 : ‘개소리’ 연우, ‘페이스미’ 한지현

장편극 우수상 남자 : ‘다리미 패밀리’ 신현준

장편극 우수상 여자 : ‘다리미 패밀리’ 금새록

베스트 커플상 : ‘미녀와 순정남’ 지현우-임수향, ‘다리미 패밀리’ 김정현-금새록, ‘수지맞은 우리’ 백성현-함은정, ‘다리미 패밀리’ 박지영-신현준-김혜은 ‘개소리’ 이순재-아리(소피)-연우

인기상 : ‘함부로 대해줘’ 김명수, ‘다리미 패밀리’ 금새록

일일드라마 우수상 남자 : ‘수지맞은 우리’ 백성현, ‘피도 눈물도 없이’ 오창석

일일드라마 우수상 여자 : ‘수지맞은 우리’ 함은정, ‘결혼하자 맹꽁아’ 박하나

조연상 남자 : ‘다리미 패밀리’ 최태준, ‘개소리’ 김용건

조연상 여자 : ‘미녀와 순정남’ 윤유선

작가상 : ‘다리미 패밀리’ 서숙향

드라마스페셜상 : ‘사관은 논한다’ 남다름, ‘발바닥이 뜨거워서’ 오예주

신인상 남자 : ‘멱살 한번 잡힙시다’ 서범준, ‘결혼하자 맹꽁아’ 박상남

신인상 여자 : ‘환상연가’ 홍예지, ‘미녀와 순정남’ 한수아

청소년연기상 남자 : ‘미녀와 순정남’ 문성현

청소년연기상 여자 : ‘미녀와 순정남’ 이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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