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전경.[헤럴드DB]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그동안 수시 전형만 준비했는데 수능 시험 다시 봐야 할 상황에 몰렸다.”
최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수시전형에서 학교 측의 실수로 잘못된 합격 통보를 받은 학생이 결국 오갈 데 없는 신세로 전락했다. 경기도 소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3학년 학생은 지난달 26일 DGIST에서 수시전형 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 학생은 이미 수시전형으로 합격해 등록했던 아주대학교를 포기하고 DGIST에 등록하기로 했다. 하지만 입학 등록을 하려고 홈페이지에 접속한 결과 당사자의 이름이 합격자 명단에 없어서 DGIST 입학처에 문의한 결과 담당자 합격자 명단 등록 오류로 인해 잘못 통보된 것이라며 불합격을 통보했다.
이런 사유로 이 학생은 수시전형으로 합격했던 아주대학교도 갈 수 없으며, 수시전형으로 스스로 포기한 것이 돼 정시전형도 진행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한 학생이 인생을 좌우할 중차대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DGIST는 “해당 학생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겠다”라는 무성의한 답변을 내놔 비판을 받았다.
[게티이미지뱅크] |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은 한 학생의 인생을 망쳐놓고 법적 책임을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하며, 경기도 교육청 차원에서 이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현행 입시 제도상 수시전형에 합격하거나, 포기한 자는 정시전형으로 타 대학에 응시할 수 없다. 이는 공정성과 형평성에 따른 취지로 DGIST로 인해 피해를 본 학생은 결국 강제 재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DGIST가 별도 정원으로 해당 학생을 구제하는 방법이다. 아주대학교는 사립대이긴 하지만 교육부의 정원 통제와 관리를 받기 때문에 외국인 특례의 경우가 아니면 특별정원은 승인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해당 학생이 스스로 아주대 등록을 취소했기 때문에 다음 후보자가 등록했기 때문에 특별정원을 마련할 명분이 없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전경.[헤럴드DB] |
이에 반해 DGIS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으로 학생 정원에 대해서는 교육부의 승인 없이 이사회의 의결을 통해서 정원 조정이 법적으로 가능하다. 관련 입시 전문가들은 DGIST가 자체 정원을 추가로 확보해 해당 학생을 구제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해당 학생을 구제할 경우, 다른 예비 후보자들의 형평성을 들며 집단 반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DGIST 관계자는 “학생의 입장을 배려하면서 해결방안을 찾는 중”이라면서 “학생과 소통하면서 억울한 부분이 없도록 조치할 계획으로 조만간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입시 관련 전문가는 “DGIST가 법적 책임을 진다는 것은 민형사상 손해배상을 하겠다는 이야기인데, 해당 학생이 재수를 해서 더 좋은 성적을 받는다는 보장도 없고, 해당 학생과 가족들의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아직 제시를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DGIST가 결국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해당 학생을 구제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