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 어려운 새해 첫 기준금리 결정
“인하·동결 반반이지만 그래도 경기가 우선”
계엄·탄핵 여파에…어렵지만 금리 인하 필요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오는 16일 새해 첫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한국은행이 내수와 환율 사이 딜레마에 빠졌다.
계엄과 연이은 탄핵으로 위축된 내수 심리를 살리기 위해선 금리를 내려 이자부담을 줄여줘야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로 미국과의 금리 차가 더 확대되면 가뜩이나 불안한 원/달러 환율이 더 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 출범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금리 결정을 둘러싼 변수는 어느 때보다도 많아졌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6일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현재 연 3.00%인 기준금리를 2.75%로 0.25%포인트 인하하거나, 동결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인하를 예상하는 배경에는 급격히 위축된 국내 내수 상황이 있다. 지난해 1∼11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했다. 2003년(-3.1%) 이후 같은 기간 기준으로 21년 만에 최대 폭이다. 2003년 당시엔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대출에 따른 이른바 카드 대란이 일어났던 해다.
특히 계엄과 탄핵으로 최근 소비 심리는 더 위축했다. 지난달 21∼27일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1년 전보다 1.5% 감소했다. 전달 마지막 주와 비교하면 9.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 소비 특수가 완전히 실종된 것이다.
그럼에도 오는 16일 새해 첫 금리 결정이 인하로 나타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도 분석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내수가 너무 안 좋아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면서도 “실제로 인하를 할지 안 할지는 반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하하자는 의견이 내부에서 약간 우세하지 않겠느냐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당장 금리 인하가 주저되는 이유는 환율 때문이다. 계엄 선포 이후 급등한 뒤 여전히 1470원 안팎에서 머무는 환율 상황 속에서 금리 인하를 감내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 11분 현재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보다 8.4원 오른 1473.4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미국 비농업 고용이 예상을 웃돌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영향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현지시간) 출범하면서 미국 금리 인하 속도가 더 늦춰질 수 있단 우려도 더해졌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운 경제 정책의 핵심이 관세란 점에서 이같은 불안은 더 가중됐다. 관세 정책은 상품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만든다. 금리를 인하하긴 더 어려운 환경에 들어서는 셈이다.
그럼에도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미국이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에 우리나라 금리도 1월 동결할 것으로 봤었으나, 최근 정치 혼란으로 내수가 너무 침체됐다”며 “인하해야 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평가했다.
만약 금통위가 작년 10·11월에 이어 다시 금리를 내리면, 금융위기 이후 가장 긴 연속 인하 기록이다. 금융위기 당시 한은은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무려 여섯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연 5.25%에서 연 2.00%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