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가수 나훈아가 은퇴 콘서트 무대에서 정치권에 잇달아 쓴소리를 쏟아내 이목을 끌고 있다. [예아라 제공]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가수 나훈아(78)가 은퇴 콘서트 마지막 무대에서도 “나보고 뭐라고 하는 저것들, 자기 일이나 똑바로 하라”며 쓴소리를 이어갔다.

나훈아는 지난 12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라스트 콘서트 – 고마웠습니다!’ 마지막 회차에서 최근 정치권을 향해 작심발언을 쏟아냈다가 야권에서 비판이 나온 데 대해 불편한 심경과 함께 소신을 드러냈다.

그는 “선거할 때 보면 한쪽은 벌겋고, 한쪽은 퍼렇고 미친 짓을 하고 있는 거다. 안 그래도 작은 땅에”라며 “1년 만 내게 시간을 주면 경상도 출신은 전라도에, 전라도 출신은 경상도에서 국회의원에 나가도록 법으로 정하게 하겠다. 동서화합이 돼야 한다. 우리 후세에 이런 나라를 물려주면 절대 안 된다. 갈라치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훈아는 앞서 지난 10일 공연에서도 자신의 왼팔을 가리키며 “니는 잘했나!”라면서,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난리를 치고 있다…우리 어머니는 형제가 어떤 이유가 있어도 싸우면 안 된다고 했는데, 하는 꼬락서니가 정말 국가를 위해서 하는 짓거리인지 묻고 싶다”고 최근 혼란스러운 정치권 상황을 비판했다.

이후 정치권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반국가적 행위에 대해 하루빨리 윤석열을 법의 심판대에 세워 정의를 바로 세울 일이지 양비론으로 물타기하고 사회 혼란을 부추길 일은 결코 아니다”(김영록 전남지사), “왼쪽이 잘한 게 없으니 비상계엄도 그냥 넘어가잔 건가”(최민희 민주당 의원), “한평생 그 많은 사랑 받으면서도 세상일에 눈 감고 입 닫고 살았으면 갈 때도 입 닫고 그냥 갈 것이지 무슨 오지랖인지”(김원이 민주당 의원) 등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나훈아는 이를 의식한 듯 “여러분(관객)이 저한테 뭐라고 하시면 ‘그렇습니다’라고 인정하겠다”면서도 “그런데 저것들(정치권)이 뭐라고 하는 것은 내가 절대 용서 못 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KSPO돔에서 시민들이 ‘2024 나훈아 고마웠습니다 – 라스트 콘서트’ 1회차 관람을 마친 뒤 공연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

그는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막 그런다. 그래서 제가 ‘니는 잘했나!’라고 한 거다. 그러면 이게 무슨 말이냐, ‘그래 (오른쪽이) 별로 잘한 게 없어’ 이런 이야기만 ‘니는 잘했나’ 이 얘기다. 그런데 이걸로 또 딴지를 걸고 앉아있다”며 자신을 비판한 국회의원과 전남지사 등을 향해 “나보고 뭐라고 하는 저것들, 자기 일이나 똑바로 하라. 어디 어른이 이야기하는데 XX들을 하고 있느냐”고 마지막 일침을 날렸다.

한편 나훈아는 이날 3시간에 걸친 ‘라스트 콘서트’에서 “11명의 대통령이 바뀌는 동안 나는 아직도 (가수를) 하고 있다”며 “나는 역대 대통령들과 사이가 안 좋았다. (내가) 말을 안 들으니까. 대통령 정도 되면 ‘(나보고) 오라고 하라’고 하는데, 나는 ‘왜 부르노’ 하니 나를 취급을 안 하더라”고 58년의 가수 인생을 회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살면서 결정한 것 중에 마이크를 내려놓는 것이 최고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도 안 해본 것 해보고, 안 먹어본 것 먹어보고, 안 가본데 가보려 한다. 장 서는 날 막걸리와 빈대떡을 먹는 게 가장 하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무대에서 무릎을 꿇고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던 나훈아는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는 마지막 곡 ‘사내’를 부르고서 “이 마이크는 내 분신과도 같다. 여러분이 노래를 불러달라”며 드론에 마이크를 띄워 보낸 뒤 경례하는 퍼포먼스로 가수 인생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