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나로호 견학으로도 인기
‘분청사기’ 원류…조정래·천경자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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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우주발사전망대 |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나로호 우주선, 프로레슬링 세계 챔피언 김일, 두 개의 심장을 가진 박지성 선수의 고향인 고흥은 ‘힘(力)’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고을이다.
국내 한센병을 퇴치하고 소록도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키워준 ‘오스트리아 엄마’ 마리안느·마가렛 두 간호사가 청춘을 다 바쳐 40여년 봉사했던 숭고함도 살아 숨 쉰다.
이뿐이 아니다. 화선지에 아시아적 후기 인상주의 화풍을 그려낸 천경자 화백, 청자의 장점을 취하고 백자의 가능성을 열어젖힌 하이브리드 첨단 도자예술 ‘분청사기’의 고향으로, 문예 감각도 남다르다. 그래서 고흥은 ‘파워 충전, 카타르시스 여행’의 최적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흥이 보유한 전국 1위는 ▷비타민의 대명사 유자(시장 점유율 60.2%) ▷‘여성의 과즙’ 석류(67.8%) ▷김(26.3%) ▷취나물(40.4%) ▷곤드레(38.5%) ▷편백숲 단일 면적(팔영산 416ha) ▷지역 고유의 산물임을 법적으로 인증하는 ‘지리적 표시’ 품목 수(한우, 미역, 다시마, 마늘, 굴 등 8개 품목) ▷일조량 3700시간 등이다. 전국 220여 개 지자체의 추종을 불허한다. 미역은 2위, 마늘은 6위이다. 힘의 원천이 바로 고흥 특유의 청정 생태와 식재료였던 셈이다.
코레일관광개발이 전남관광재단과 함께 2025년 고흥 우주여행 기차여행 패키지를 만들었다. 오는 내달 14일 출발하는 1박2일 상품은 지난 5일 공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매진됐다. 두 기관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꾸준히 우주 견학은 물론 고흥 미식, 문화예술과 감동이 어우러진 기획 패키지를 지속해서 만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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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우도 레인보우 다리 |
고흥 여행지 중 신상이라 할 만한 곳은 완공된 지 몇 개월 안 된, 무지갯빛 1.32km 길이의 우도 해상 레인보우교이다. 남양면의 바다와 갈대, 일곱 색깔이 어우러져 다리를 건너는 여행자는 고즈넉한 풍경화의 주인공이 된다.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려 섬이 육지가 되는 신비로운 경험도 할 수 있다. 우도 안에는 갯벌 체험장도 있다.
고흥에 와서 인상주의 화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알퐁스도데의 프로방스 ‘별’ 같은 작품들이 부럽지 않은 이유는 고흥우주천문과학관에서 보는 ‘손에 잡힐 듯한 별밤’ 때문이다.
이곳에선 우리나라 최대 관측장비인 주망원경을 비롯해 6개의 보조망원경을 통해 화려한 별들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밤에는 성운, 성단까지 보이고, 낮에는 태양 흑점을 관측하고 다도해 풍경을 감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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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총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강력한 비타민 식품 고흥 유자 |
나로우주센터는 코레일관광개발-전남관광재단 공조 여행 패키지 손님이나 일정 절차를 밟은 학교 등 단체만 들어갈 수 있는 비공개 공간이다. 대한민국의 첫 번째, 세계 13번째 우주 센터로, 인공위성 로켓 및 각종 우주 발사체 발사장이다. 여기에 발사대시스템, 위성시험동, 발사체조립동, 고체모터동, 발사통제동 등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
우주과학관에서는 기본원리존, 로켓존, 인공위성존, 우주탐사존(국제우주정거장, 우주복) 등으로 나눠 국내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소중한 체험과 추억을 얻는다.
용이 승천했다는 미르마루 해안 걷기여행길 꼭대기에 있는 우주발사전망대는 높이 50m, 해발 150m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선 흥미로운 우주 상식을 접하면서 다도해 절경을 굽어보며 커피 한잔할 수 있다.
고흥군 두원면 운대리에선 분청사기 도요 27기, 청자 가마터 5기가 밀집된 곳에 고흥분청문화박물관(사적)이 들어서 있다. 분청은 백자의 재료 고령토가 확인되기 전, 청자 제작 기법에 백토로 표면을 분장한 조선초 최첨단 하이브리드 도자기 기법을 말한다. 청자 기법을 응용하고, 백자 시대 예견하며 둘의 미학을 모두 취했다.
분청문화박물관은 역사문화실, 설화문학실, 태백산맥의 조정래 가족문학관(아버지 조종현, 조정래 본인, 부인 김초혜), 고흥갑재민속전시관, 고흥운대청소년야영장 등을 함께 거느린 아트투어 컴플렉스이다. 지난달엔 특별전시실에서 고흥 출신 천경자 화백 탄생 100주년 전시가 열리기도 했다.
230개 고흥 보석섬들의 몸통 줄기 격이라 할 수 있는 거금대교(거금도~소록도)는 왠지 거금을 벌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황금색으로 치장해 ‘금빛대교’라 불린다. 거금을 얻고 난 뒤 소록도 두 천사가 남긴 감동까지 얻는 다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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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예술섬 연홍도의 박지성 벽화 |
거금도의 금산면에 왔으면, 제주 비양도 보다 약간 큰 부속섬 연홍도 예술섬, 거금 해양낚시공원, 프로레슬링 세계챔피언 김일 기념 체육관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녹동에선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원형 인공섬 바다정원, 보양미식 장어거리를 지나치기 어렵다.
새해를 맞았지만 시동을 걸기에 여전히 2%로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거든, 고흥으로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