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 보호 ELD도 3.3배 증가
ELS 사태·금리 인하로 자금 몰려
지난해 주요 시중은행에서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ELD(주가지수연동예금) 등 주가와 연동된 원금보장형 상품의 판매량이 8배 가량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로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가 늘어난 데다 예금 금리는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체 투자처로 부상한 것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ELB 상품을 취급하는 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의 ELB 판매액은 총 2조3008억원 규모였다. 1년 전 판매액(2899억원)보다 7.9배가량 커졌다.
ELB란 코스피 같은 특정 지수나 종목의 주가에 연계해 수익률이 정해지는 상품이다. 상품 가입 기간 지수가 목표치 이상 오르면 이득을 보고, 그렇지 않으면 원금만 돌려받는 식이다. 예를 들어 3년 만기 상품의 경우 6개월마다 코스피 지수가 조건에 충족됐는지 따지고, 목표치를 달성하면 원금에 추가 수익을 받고 계약은 해지된다. 3년간 조건을 달성하지 못하면 원금만 돌려받게 된다.
이처럼 은행 ELB에 고객들의 자금이 몰린 배경으로는 ‘ELS(주가연계증권) 사태’가 꼽힌다. 지난해 홍콩H지수와 연계한 ELS에서 대량 손실이 발생했다. 2021년 1만2000선이었던 홍콩H지수가 5000선까지 떨어지면서 해당 상품의 손실액도 불어난 것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ELS 계좌 중 손실이 확정된 금액은 4조6000억원에 달한다. 원금의 절반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ELS와 수익구조는 비슷하지만 원금 손실 위험이 없는 ELB를 대체재로 찾는 고객이 늘어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익이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피해 최소화를 더 중요시 하는 고객이 많아진 것이다.
이에 더해 최근 금리 인하기에 예금 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도 ELB에 돈이 몰리는 이유로 지목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연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낮췄다.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은행들은 더 낮은 금리로 자금조달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수신 금리도 낮추게 된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 수신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다. 현재 은행 예금 금리는 3% 초반 수준이다. ELB 상품의 수익률(3년 만기 기준)은 조건 충족 시 4% 중반에서 5% 초반대로 예금 금리보다 1~2%포인트가량 높다.
ELB와 같이 주가지수에 연동해 수익률이 정해지는 예금 상품인 ELD(주가지수연동예금)의 판매 규모가 커진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신한·하나·농협은행의 ELD 판매 총액은 7조2775억원으로 2023년(2조2373억원)보다 3.3배 늘었다.
ELD는 기본적인 금리에다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추가로 금리를 더 높여주는 상품이다. 가입 기간 코스피200 지수가 20% 넘게 오르면 기본금리에 추가 금리가 붙는 식이다.
예금이기 때문에 원금이 보장되고, 예금자 보호도 적용된다. 현재 ELD 상품의 기본 수익률은 2% 중반에서 3%대다. 예금 금리 수준이거나 조금 낮지만, 조건을 충족하면 4% 초반에서 후반대까지 수익률이 높아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ELS 피해가 전국민적인 관심사가 되면서 위험 투자를 꺼리는 고객들이 보다 안전한 상품으로 시선을 돌렸다”며 “작년 하반기에 이어 올해도 금리 인하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ELB나 ELD 같은 상품들에 관한 관심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