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명 직전 쓴 보고서에서 ‘최적관세 20%’ 주장
보복관세는 ‘안보위협’으로 차단…한국 등 동맹국과 ‘거래’
달러약화 유도하는 ‘마라러고 합의’ 제안하기도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 세계가 그의 관세정책에 주목하는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이 임명한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보편 관세 20%를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복 관세를 막기 위해 한국,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 등 동맹국에는 안보를 빌미로 관세를 거래할 것을 제언했다. 또 보편관세와 함께 달러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제2 플라자 합의 격인 ‘마라러고 합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백악관 CEA 위원장으로 지명된 스티븐 미런은 지명이 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말 “글로벌 거래 시스템 재구성을 위한 가이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23일 트럼프 집권 1기 행정부 시기 재무부 경제정책고문을 역임한 그를 CEA의 수장으로 지명했고, 연방 상원의 인준을 기다리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서 미런은 “보편 관세가 20%에서 최대 50%까지 높아질수록 미국 경제가 나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보다 더 나간 주장이다.트럼프는 취임 후 각종 발언을 통해 이웃 국가인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 중국산 제품에 60% 고율 관세, 모든 수입품에는 10~20%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런의 이같은 파격적인 주장은 나름의 경제이론에 근거한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미런은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18세기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의 무역 이론에 영감을 받았다.
해당 이론은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어느 수준이면 수출업자가 시장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쉽게 가격을 낮추지 않을 것이란 게 골자다.
미런은 해당 이론을 근거로 ‘최적 관세’를 연구한 결과, 20%라고 주장했다.
보복 관세에 대한 우려는 ‘안보 동맹’을 무기로 사용하면 된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보복 관세를 시행하는 국가들에게 공동 방위 의무와 미국의 안보 우산에서 멀어질 것이라고 선언할 수 있다”고 밝혔다. WSJ은 “미국은 (보복 관세를 빌미로) 일본, 한국 또는 나토 회원국을 방어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주장은 안보 위협을 감수하고 보복 관세를 매길 경우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짚었다.WSJ은 “2018년 중국, 유럽연합(EU), 멕시코, 캐나다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국가들이 보복한다면 20% 보편 관세는 ‘최적 관세’가 아니다”고 전했다.
관세 부과와 함께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마라러고 합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마라러고 합의는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인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러고 리조트에서 이름을 딴 합의다. 1985년 주요 5개국(G5) 재무장관이 뉴욕 플라자 호텔에 모여 미 달러화를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 대비 절하하기로 한 ‘플라자 합의’와 비슷한 전략을 펼치자는 것이다.
트럼프는 관세 인상으로 수입품 가격은 비싸지는 반면, 수출기업은 달러약세로 가격경쟁력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미런은 보고서에서 “징벌적 관세를 부과한 다음에 ‘마라러고 합의’를 추진하면 유럽, 중국과 같은 국가들은 관세를 내리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통화 합의을 수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런의 이같은 주장은 트럼프의 주장과 달리 현실 가능성이 있기에 더욱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WSJ은 전했다. 하버드 경제학자 데이비드 커틀러는 미런이 “모든 경제학자가 틀렸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다”며 “그는 (경제) 이론과 근거에 따라 행동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