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당 공사비 990만원으로 증액…총 2369억원
방배7구역 시공사 선정 네 차례 유찰…수의계약 전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5차 아파트. [네이버 거리뷰] |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원자잿값과 인건비 인상 여파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소규모 정비 사업지의 시공사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건설사들은 공사비 부담이 커지자 사업성 기준을 대폭 강화해 선별 수주에 나섰고, 서울 핵심지에 위치한 재건축 사업지마저 시공사 선정에 실패하며 유찰이 반복되고 있다.
14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삼호가든5차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 재입찰에 나섰다. 지난해 9월 3.3㎡당 980만원의 공사비를 제안했으나 건설사 한 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 이에 공사비를 3.3㎡당 990만원으로 증액해 재공고했다. 총 공사비는 2369억원으로 책정됐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5차는 1986년 지어진 지상 14층, 3개 동, 168가구 규모 아파트로, 반포 재건축의 ‘마지막 퍼즐’로 꼽힌다. 향후 최고 35층, 305가구 규모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인근 노후 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반포리체(삼호가든 1·2차)’, ‘디에이치반포라클라스(삼호가든맨션3차)’, ‘반포써밋(삼호가든4차)’ 등으로 재탄생해 새 아파트촌을 형성했다.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 일부 건설사들은 공사비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핵심 지역인 반포에 깃발을 꽂겠다는 강한 수주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종적으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시공사 선정이 불발됐다. 조합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공사비를 인상했다. 과거에는 건설사들 소규모 사업지라도 입지가 좋으면 눈독을 들였지만, 이젠 계산기를 두드리기 분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강남권 사업지에서조차 조합이 콧대를 낮추고 ‘시공사 모시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서초구 방배동 891의 3 일대 방배7구역은 지난해 시공사 입찰 공고를 네 차례 냈지만 연속 유찰됐다. 최고 19층, 316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지난해 12월 공고에선 3.3㎡당 공사비 975만원 제안했지만 SK에코플랜트만 입찰 참여의향서를 제출해 경쟁 입찰이 무산돼 수의계약으로 전환됐다.
건설업계에선 소규모 사업지의 공사비가 3.3㎡당 1000만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총 공사비가 1조원이 넘는 대단지라면 평당 공사비가 낮아도 시공사를 찾을 수 있지만 소규모 사업지는 가구 수가 적어 태생적 한계가 있다”며 “원자잿값 상승 여파까지 맞물리면서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기 힘든 소규모 사업지와 대규모 사업지 간 공사비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