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힘 달렸는데” 금속섬유 썼더니…전기차, 발열성능 30%↑

- 한국전기연구원 이동윤 박사팀
- ‘금속섬유천 면상 발열체’ 개발


고효율·고유면 금속섬유천 면상 발열체 기술을 개발한 이동윤(가운데) 박사 연구팀.[한국전기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겨울철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는 전기차의 약점을 일거에 해소할 기술이 등장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 전기변환소재연구센터 이동윤 박사팀은 추위에 약한 전기차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고효율·고유연 ‘금속섬유천 면상 발열체’ 기술을 개발했다.

전기차 성능 향상에서 자주 고려되는 항목이 바로 열 관리 시스템이다. 내연 기관차는 엔진의 폐열을 열원으로 활용해 난방 등 실내 온도 조절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전기차는 폐열이 부족해 히터 등을 위한 별도의 시스템이 필요하고, 이는 곧 주행거리 감소로 이어지곤 했다.

국내 굴지의 자동차 그룹이 전통 온돌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목표로 제시한 ‘복사열 난방 시스템’은 전기를 받으면 열을 내는 ‘발열체’를 차량 실내 면적에 적용하여 전기차의 에너지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주목받는 기술이다.

현재 발열체로는 ‘과전류보호소자(PTC)’가 사용되는데, 빠른 난방과 자체 온도 조절 기능에 따른 과열 방지, 소형화·저소음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부피가 크고 무거우며, 높은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에, 전기차에 적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동윤 박사팀은 과거 옷감형 태양전지, 발열 의류 기술을 개발한 노하우를 활용해 ‘금속섬유천 면상 발열체’ 기술을 제시했다. 이 기술은 실을 가로, 세로로 엮어내 천을 짜는 직조기(베틀)에서 시작한다. 높은 열 전도성과 내구성을 자랑하는 50μm(머리카락 굵기 절반 이하 수준)의 아주 가느다란 ‘스테인리스강 미세 와이어’를 재직하여 천을 만들고, 이것이 발열체로 적용될 수 있도록 세부 기술을 복합적으로 적용했다. 그리고 여기에 전기를 흘리면 금속이 가진 내부저항에 의해 최대 500도까지 발열이 일어나게 되는 구조다.

고효율·고유연 금속섬유천 면상 발열체.[한국전기연구원 제공]


금속섬유천은 선(line)이 아닌 넓은 면(space)의 형태를 가졌기에 온열 기능에서 고른 온도 분포를 보이고, 유연성도 뛰어나 차량 내부 곡면 어디에도 손쉽게 부착할 수 있다. 또한, 같은 양의 전기를 발열체에 흘렸을 때 기존 열선 방식 대비 금속섬유천이 10~30% 높은 발열 성능을 보이는 등 효율 측면에서도 우수하다. 무엇보다 섬유천의 특성상 사용 중에 단선이나 부분 손상이 발생해도 성능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발열한다는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조업(반도체 생산 장비 및 화학 플랜트 배관, 기계 발열장치 등), 생활용(안마의자, 전기담요, 레저용 난방기), 의료용, 군용 등 균일한 발열이 필요한 다수 산업군에 적용 가능한 전방위 적용 기술로,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이동윤 박사는 “금속섬유는 실과 달리 뻣뻣하여 직조가 매우 어려웠는데, 직물 생산·가공 업체인와 협업하여 오랜 노력 끝에 금속섬유 전용 직조기, 그리고 제직 패턴을 개발할 수 있었다”면서 “금속섬유만으로 면 형태의 발열체를 제작한 건 세계 최초이며, 이를 통해 기업들의 에너지 비용 절감과 범국가적 탄소중립 실현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