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세종시는 잊어라”…이젠 관광·문화 ‘행복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서 새로 거듭나
‘이응다리’ 빛축제·수목원 겨울꽃…
조치원읍서는 문화·예술·시장여행
‘금강 물류’ 부강면, 문화유산 볼만


세계 최장 루프톱가든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행복(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 하면, 최근까지도 관공서가 모여 있는 딱딱한 도시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인구 중 공무원 비율이 5%까지 떨어진 지금은 문화·관광·예술 중심의 진정한 ‘행복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나라 전체의 행복을 도모하는 국정의 메카인 만큼, 세상에서 가장 멋진 첨단 건축물을 세우고 문화·예술·문화유산 매력을 적극 발굴하면서 행정중심에 문화를 더했다는 것이 요즘 세종시에 대한 평가다.

인구 40만명에 1읍 9면 14동의 광역지방자치단체, 세종시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부럽지 않은 마천루, 서울 청계천과 한강 부럽지 않은 수변공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충북·강원 같은 자연과 풍속을 겸비한 도농복합도시이기도 하다.

세종시 금강 위 1446m 둘레의 ‘이응다리’


요즘 주말과 공휴일에는 세종시 금강 위 1446m(세종대왕 한글 반포의 해와 같은 숫자) 둘레를 지닌 원형으로 지어진 ‘이응다리’에서 빛 축제가 오는 15일까지 열린다. 이 다리는 한글 자음 중 ‘ㅇ(이응)’을 닮았다 하여 이름이 붙었다. 이곳에서 열리는 빛 축제는 세종시의 변신을 상징한다.

최근에는 정부세종청사 위로 난 산책길이 모두 개방되기도 했다. 이 산책길은 세계 최장 옥상정원 산책길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곳이다. 과거에는 1㎞ 남짓 거리만 걸을 수 있었지만, 최근 3.6㎞ 길이 모두 개방됐다. 이 길은 성(城)을 지키는 국민의 마음이 축제로 승화된 ‘순성놀이’ 콘셉트로 조성됐다.

조치원읍은 문화예술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조치원문화정원은 과거 정수장이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문화예술 공간, 휴식 카페, 신진 예술인의 꿈 양성 공간 등으로 탈바꿈된 곳이다. 최근 연말연시에 세종화랑협회 창립 기념 아트페어를 통해 유명해지기도 했다.

세종시의 예술을 부흥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조치원문화정원


1927년 건립된 옛 산일제사 공장을 리모델링한 조치원1927아트센터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재생사업을 통해 새로운 공간으로 태어난 이곳은 지난해 한국건축문화대상 사회공공 부문 본상을 수상하는 등 ‘유니크 베뉴(지역적 특색을 살려 기업 회의, 컨벤션, 전시 행사 등을 개최할 수 있는 장소)’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현재 다목적홀, 카페, 전시장 등을 갖추고, 회의와 공연을 위한 대관과 다양한 문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세종전통시장(옛 조치원전통시장)은 세종시에 편입되기 전에는 쇠락해 가는 시골 오일장이었지만, 최근 세종시에 인구가 유입되면서 지역 주민이 다시 찾는, 인정미 넘치는 고을 장터가 됐다.

세종시 도심 동편 부강면은 과거 금강 물류의 중심이었다. 한때 이곳에서 각종 생선, 해산물 등은 서천→강경→세종의 경로로, 쌀, 과일, 채소 등은 상주→보은→옥천→세종으로 운송됐다. 덕분에 부강면은 현금 유동성이 풍부했던 ‘물류 허브’였다.

홍판서댁은 부강면 북쪽, 느린 경사의 구릉지에 남향으로 안착해 있다. 구한말 홍순형 판서가 일제의 귀족 작위 제안을 거부한 채 안빈낙도하던 시절에는 금강이 훤히 보였을 것이다.

홍판서댁


부강리 고택은 조선 후기 양반가 한옥의 자유분방한 개성이 엿보인다. 이곳에서는 서울 등 중부 지역이나 이북에서나 보이던 ‘ㅁ(미음)’자 중정을 볼 수 있다. 보통 조선 한옥의 중정은 깔끔하게 비우지만, 이 집의 중정에는 우물이 있다. 우물과 마당에 벌레가 생기지 않도록 향나무도 심어져 있다.

경쾌하고 청량한 ‘첨벙’ 소리와 함께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긷는 과정은 체험학습에 온 학생에게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 된다. 대문 바로 앞에 사랑채가 있는데, 볕이 잘 드는 마루에 앉아 있으면 온몸에 사랑과 평화의 빛이 깃드는 듯하다.

부강면은 무정부주의자·항일 독립투사인 박열의 부인이자, 역시 독립운동가인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 여사가 태어나서 성장한 곳이기도 하다. 홍판서댁 인근에 여사가 어릴 적 살던 고모집 터가 남아 있다.

홍판서댁에서 서쪽으로 4㎞가량 떨어진 지점, 금강 줄기에 미호강이 합류하는 합강에 이르면 부강 금강 종주 자전거길과 합강캠핑장을 만날 수 있다. 억새풍경과 노을의 조화, 그 속에서 강물 속 먹이를 찾는 철새들의 풍경이 아름답다.

인근 로마네스크-북미 스타일 혼합형 건축물인 부강성당은 부강 지역 노동자들의 점심 시간 휴식터가 됐다. 원래 1934년 지어진 한옥 성당이었는데, 지금은 카페로 바뀌었다.

부강면에서 도심으로 들어오는 길에는 신세대 사찰 녹야원이 반긴다. 원뜻은 석가모니가 깨우침을 얻은 후 처음으로 설법한 곳으로, 녹야(鹿野), 즉 사슴이 뛰노는 들판이다. 인도 사르나트 지역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템플스테이도 가능하고 부지 내에 어린이도서관을 운영되고 있다. 숲 체험, 요가·명상 프로그램도 있어 가족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신개념 사찰답게, 단청에 그려졌어야 할 꽃은 꽃 조각 예술품으로 거듭났다. 어린이·청소년 친화적인 도서관이 현대 예술품처럼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위패도 이곳에 모셔져 있다.

세종시 도심의 ‘산소통’이라 할 만한 국립세종수목원은 엄동설한에도 꽃과 신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수목원 실내 입구에 들어서자 부겐빌레아꽃들이 인사를 한다. 이어 따스한 봄바람이 휘감는 가운데 실내 폭포, 빅토리아 수련, 천사의 나팔꽃, 바오밥나무, 여성 거인의 몸을 형상화한 듯한 페루산 케이바 물병나무 등이 반긴다.

‘문화관광 행복도시’ 세종시는 볼거리, 즐길 거리, 먹거리가 많다. 이제 나이가 ‘틴에이저’ 13세가 되었으니, 앞으로 더 많은 매력이 붙을 일만 남았다.

세종=함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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