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낮은 밸류에이션에 연초 상승세
미 인플레 우려로 환율 등 영향 발목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적잖은 영향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파도’에서 국내 산업계와 증시가 자유로울 순 없지만 조선과 방산 등 수혜업종을 앞세워 격랑을 헤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조선과 방산업종의 수혜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수차례 한국과 조선 분야 협력을 강조했다. 방산업종의 경우 지난해 내수방산 계약이 감소했음에도 전체 전체 수주가 증가할 정도로 글로벌 경쟁력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되는 국무부, 국방부 등 주요 고위인사 인사청문회에선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윤곽도 선명하게 드러나며 이에 따른 수혜 범위와 강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 대상자인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인 엘브릿지 콜비는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국방부차관보를 역임하는 등 국방장관 후보자인 피터 헤그세스보다 실질적인 영향력은 강한 핵심 인사다.
그는 최근 저서를 통해 과거 미·소 냉전처럼 중국이 스스로 몰락하길 기대하면 안된다면서 군사적 억제와 균형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럽-중동-아시아 순이었던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순위를 중국을 겨냥해 아시아-중동-유럽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글로벌 초점이 아시아로 모이는 것이다.
이미 조선업 내부 공급망이 붕괴한 미국 입장에선 동맹국 한국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군 함정 유지·보수·운영(MRO) 협력 확대 기대가 큰 이유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든 무기 조달을 미국이 담당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 조선소를 이용해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증시 전체로는 유·불리를 섣불리 전망하기 쉽지 않다.
미국 증시는 트럼프 당선 직후 감세, 규제완화 등의 기대에 반등했지만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부터는 관세, 반이민 정책 등으로 인한 물가 불안 우려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비해 코스피는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낮아진 밸류에이션을 발판으로 연초 이후 주요국 증시 가운데 돋보이는 상승을 보이고 있다. 연초 삼성전자가 기대 이하의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오히려 바닥을 통과했다는 기대감이 증시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탄탄한 미국 고용지표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면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8%선에 바짝 붙으면서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얼마나 선명하게, 얼마나 빨리 정책을 실행하느냐에 따라 시장은 크게 휘둘릴 수 있다.
다만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경제 활황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내준데는 인플레이션 요인이 컸던 만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물가를 자극하는 정책을 마구잡이로 쏟아내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16일 예정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 인사청문회는 이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말인 2028년까지 재정적자를 GDP 대비 3%로 축소하고 경제성장률은 3%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재정적자는 줄이고 제조업 지원 및 경제 부흥은 하겠다는 상충되는 목표를 위해선 미국 내 제조업 부흥(리쇼어링)과 관세가 필요하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 구조에서 이는 증시에 도움이 되는 흐름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은 베센트 지명자가 시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연결고리가 돼 다소 극단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완화시켜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 증시는 이미 그가 지명됐다는 소식에 상승하며 이 같은 기대감을 실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대로 미국 제조업 경기가 회복되면 한국 경제도 강력한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연합] |
환율은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불확실성이 현저히 해소되기까지 어려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설사 트럼프 1기 때처럼 취임 이후 정책 우려가 정점을 찍고 서서히 내려가더라도 달러 가치가 함께 내려갈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한껏 높아진 인플레이션 우려와 이에 따른 고금리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른바 ‘매파적 금리인하’를 실시한 뒤 2025년 금리인하 전망이 크게 축소되면서 시중금리가 치솟고 있다. 심지어 일부 대형은행들은 올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으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경기 침체 우려로 기준금리 인하와 신속한 재정집행 등이 예고돼 있다. 이로 인해 한·미 국채 스프레드 역전 폭은 만기에 따라 200베이시스포인트(bp)까지 확대돼 역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 같은 금리 차이는 원/달러 환율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계엄 선포와 이어진 탄핵 정국 등 극심한 정치 불확실성에도 CDS프리미엄이 큰 변화가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 후퇴는 달러가 쉽사리 내려가지 못하는 이유”라며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가 축소되기 전까지는 강달러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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