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지금 쇄신하고 혁신해야”
롯데월드타워. [롯데물산 제공] |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올해 경영목표를 ‘쇄신’에 맞춘 롯데가 M&A(인수·합병)를 주목하고 있다. 불필요한 부문을 매각하고, 신사업에 필요한 사업을 추가해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그룹의 M&A 사업은 롯데지주 경영혁신실 내 투자전략팀이 주도한다. 롯데그룹은 지주사가 사업부와 계열사 매각을 총괄한다. 특히 투자전략팀은 그룹사 차원의 M&A를 맡고 있다.
투자전략팀은 정경운 상무가 이끌고 있다. 그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출신이다. 지난 2020년 말 롯데쇼핑 기획전략본부장으로 합류했다. 입사 당시 그는 롯데쇼핑의 첫 외부 출신 총괄임원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등을 주도했다.
정 상무는 2022년 7월 지주에 합류했다. 지난해 초에는 경영혁신실 투자전략팀의 수장을 맡았다. 지난해 말 서승욱 미래성장실 신성장팀 상무가 계열사로 이동하는 등 체질 개선을 위한 임원 인사에도 그는 자리를 지켰다. 그룹 차원에서 M&A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롯데의 M&A 사업은 인수보다 매각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신사업에 집중하고 부진한 사업은 과감히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유동성 위기설을 겪은 이후 고강도 쇄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는 여전하다. 신 회장은 올해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에서도 “지금 쇄신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롯데 경영혁신실 투자전략팀은 매각 사업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렌탈 매각 작업이 우선이다. 신성장 사업으로 추진했던 헬스케어 정리도 과제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유통군 계열사의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점포, 자산 등 매각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정기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도 ‘키맨’으로 지목된다. 미래성장실은 롯데의 미래 먹거리를 담당한다. 업계 역시 신 부사장이 신사업을 위한 인수합병이나 부진 사업 정리 등 M&A에 관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사업으로는 ‘바이오’가 꼽힌다. 실제 신 부사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하고 있다. 롯데그룹도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투자하고 있다. 신 부사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달 13∼16일(현지시간)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신사업 기회를 모색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 상황과 업계 조건 등을 입체적으로 고려해 M&A 사업의 전반적인 그림을 그릴 것”이라며 “재무구조 개선과 자산 효율화 차원에서 여러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