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 동맹국만 수출…중·러 차단
中 “전 기업에 심각한 손해” 반발
‘친기업’ 트럼프, 규제 지속여부 주목
임기가 일주일 남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인공지능(AI) 굴기’에 막판 견제구를 날렸다. 바이든 정부는 13일(현지시간) AI칩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 바이든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남은 임기 동안 대(對)중국 추가 규제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정부의 뒤를 잇는 트럼프 정부가 해당 정책의 실무를 책임져 이를 이어갈 질 관심이 쏠린다.
이날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신규 수출통제는 반도체 수출대상국을 3개로 분류해 관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 포함 18개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은 미국 기술이 들어간 첨단 그래픽 처리장치(GPU) 등 AI 반도체 구입에 제한을 두지 않고, 중국·북한·러시아 등 20여개 ‘우려국가’는 계속 구입할 수 없도록 차단한다. 동맹도, ‘우려국가’도 아닌 중간지대의 나머지 국가들에는 구입 수량에 한도를 설정한다는 방침이다.
바이든 정부는 해당 규제를 발표하며 “혁신 기술을 미국과 동맹국의 통제하에 두고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적대국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중국을 겨냥한 추가 규제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안에 데이터센터 건설을 장려하는 행정 명령, 중국이 미국 기술이 들어간 AI 반도체를 차단하는 새로운 규제를 포함한 더 많은 규제를 발표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해당 관계자는 새 규제의 배경에 대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새 제품에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 제품이 나온 데에 따른 대응책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전날 “바이든 행정부의 AI 관련 수출 통제 조치를 주목했다”면서 “이번 조치는 중국과 제3자 간 정상적인 무역 행위에 장애물을 설치하고, 함부로 간섭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바이든 정부는 수출통제 조치를 남용해 여러 국가의 정상적인 교역을 심각하게 방해하고, 시장 질서를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다”면서 “이는 글로벌 과학기술 혁신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미국 기업을 포함한 전 세계 기업에 심각하게 손해를 끼친다”고 강조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바이든 정부는 세부 내용 등을 트럼프 정부에게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정부 관계자는 “이번 규칙은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차기 행정부와 이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친(親)기업을 자처하는 트럼프 정부가 바이든 정책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해당 규칙이 발표되자마자 기업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미국 내 IT 기업을 대표하는 정보기술산업위원회 제이슨 옥스먼 회장은 “트럼프 정부가 폐기하지 않을 경우 의회가 개입해서라도 해당 조치를 뒤집어야 한다”고 의회에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기업의 반발을 의식한 리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시행까지 120일의 상대적으로 긴 ‘여론 수렴 기간’을 설정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기업 입장 등을 반영해 수정할 여지를 남긴 것이다. 때문에 트럼프 입장에서 해당 규제가 매력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빛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