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제공] |
환경부 계획 변경 통해 화천댐 발전용수로 추가공급
하천수 사용료 징수·배분, 한수원 보상방안 추가조치 필요
관리규정도 미비…강원도 팔당댐인데 경기도가 사용료 징수
“계획 발표 후 대책 뒤늦게 끼워 맞추는 모양새” 비판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트를 구축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조성 계획이 졸속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나왔다.
용수·전력공급가능량 등 기본사항을 우선 검토한 후 신중히 사업계획을 발표해야 하는데 이런 절차 한번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가 한국수력원자력이 소유한 화천댐에서 산단 운영에 필요한 용수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하천수 사용료’를 둘러싼 강원도와 경기도 간 징수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 화천댐에서 안정적인 물 공급을 담보하기 위해선 ‘하천법상’ 발전용댐 관련 관리규정이 필요하다.
14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발전용댐 용수의 다목적 활용을 위한 입법 및 정책 과제’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입해 용인 국가산단(710만㎡)을 만든다. 기존 생산단지인 기흥, 화성, 평택, 이천 등과 국가산단인 용인을 연계한 파운드리-메모리-펩리스-소부장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해 국내외 선도 기업을 유치하고 우수인재를 확보할 계획이다.
문제는 ‘물’이다. 반도체는 세정, 화학, 냉각 등 제조과정 전반에서 엄청난 양의 물을 사용한다. 반도체 업계는 용인 국가산단에서 2035년 25.9만㎥/일→2040년 43.7만㎥/일→2045년 61.0만㎥/일→2050년 76.4만㎥/일의 공업용수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현재 수도권에 용수를 공급하는 한강수계 다목적댐인 소양강·충주댐의 여유량은 5만㎥/일(2035년)에 불과해 신규 수자원 개발을 통한 용수확보가 필요한 상태다.
이에 환경부는 용인 등 국가산단 공업용수 공급 방안을 마련, 지난해 6월 ‘수도법’ 제4조에 따른 ‘국가수도기본계획’을 부분 변경했다. 변경된 계획에는 2031년부터 하수재이용수 및 소양강·충주댐 여유량을 활용해 20만㎥/일을 공급하되, 2035년부터 화천댐에서 방류한 발전용수를 팔당댐에서 취수해 60만㎥/일을 추가 공급하는 방안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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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합리적인 하천수 사용료 징수와 배분 그리고 보상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전용댐인 화천댐은 댐관리법상 댐사용권 설정 대상이 아닌 탓에 현행 법률로는 하천수를 취수하는 팔당댐이 위치한 경기도가 사용료를 징수하게 돼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화천댐 등 남한강·북한강에 대규모 댐이 다수 위치한 강원도는 상수원 수질보호를 위한 다양한 규제로 개발이 제한되는 등 불이익을 받는데, 댐건설에 따른 이익은 경기도에서 발생해 댐 상·하류지역 간 불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수자원공사는 동일하게 댐운영을 통해 용수를 공급하게 되는데, 다목적댐을 운용하는 수공은 댐건설관리법에 따라 사용료를 받지만 발전용댐을 운영하는 한수원은 관련 규정이 미비하다. 국가산단 용수공급을 위해 발전용댐의 다목적 운영을 강제하면 한수원은 용수공급 책임은 발생하는 반면 이익은 없어 수공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도 문제다.
김진수 입법조사관은 “징수된 하천수 사용료를 하천수량의 기여 정도에 따라 지자체별로 배분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며 “더불어 한수원, 수공 등 댐용수 공급자 간의 형평성을 감안한 보상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발전용댐 관리규정 마련이 시급하다. ‘하천법’ 제14조에 따라 댐을 설치하는 자는 하천시설 ‘관리규정’을 정해 환경부장관 등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 수공은 다목적댐, 용수전용댐, 홍수조절용댐 및 하굿둑에 대한 ‘댐관리규정’에 따라 댐을 운용한다. 그러나 발전용댐은 하천시설에 포함되지 않아 관리규정을 제정하고 준수할 의무가 없어 용수공급을 위한 상시방류 등 댐 운영 방식을 담보하기 어렵다.
아울러 화천댐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물공급을 위해서는 하천관리청이 아닌 자가 하천시설을 설치할 때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하천관리청이 해당 시설을 설치한 자(화천댐의 경우 한수원)에게도 관리규정을 정하게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하천법’에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조사관은 “이번 변경 수립된 국가수도기본계획에 따라 용인 국가산단 용수공급사업에만 1조7600억원이 투입되는데 대규모 사업비를 투자하는 공급시설 설치사업이 용수공급가능량에 대한 사전 검토 없이 추진 중”이라며 “용수공급가능량을 조사해 국가산단 규모를 결정하고 이후 공급시설을 건설하는 것이 맞는데 정부는 우선 계획을 발표하고 대책은 뒤늦게 끼워 맞추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