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벌금형
대법, 무죄 취지로 뒤집어…“집회의 자유 침해”
대법원. [연합]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코로나19 시국에 집회를 전면 금지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는 목적이라 하더라도 집회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했다는 이유에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를 받은 민주노총 소속 간부들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앞서 1·2심은 집회금지 명령을 어긴 혐의를 받은 A씨 등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판결을 뒤집었다.
A씨 등은 지난 2021년 7월께 강원도 원주시 건강보험공단 정문 앞에서 미신고 집회를 주최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원주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1인 시위를 제외하고 집회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A씨는 이를 어기고, ‘국민건강보험 공공성 강화’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했다.
검찰은 A씨 등 4명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집회시위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원주시의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 3단계 격상 행정명령’을 위반한 혐의 등을 적용했다.
1심과 2심은 유죄였다. A씨에게 벌금 200만원, 다른 이들에게 각각 벌금 50만원이 선고됐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형사3단독 신교식 부장판사)은 2022년 7월, 위와같이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 등이 공모해 미신고 집회를 주최했다”며 “원주시장 명의 감염병 예방 행정명령에 따른 조치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1심 판결에 대해 A씨 측은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다. 2심 재판과정에서 이들은 “해당 행정명령은 모든 집회를 일률적으로 금지해 위헌·위법하다”며 “행정명령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의 판단도 유죄였다. 2심을 맡은 춘천지법 2형사부(부장 이영진)는 2022년 12월,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집회 당시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었다”며 “해당 행정명령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합리적 범위 내의 필요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집회를 전면 금지하긴 하나 1인 시위는 허용하고 있었고, 집회 금지 기간이 약 10일 정도로 제한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이 사건 행정명령은 어떤 예외도 두지 않고 모든 옥외집회를 전면 금지함으로써 집회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한 것”이라며 “법익의 균형성을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당시 원주시에서 모든 집회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해야 할 정도로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각하다고 볼만한 객관적ㆍ합리적 자료를 찾기 어렵다”며 “옥외 집회는 실내와 달리 비말의 농도가 낮을 수밖에 없고, 충분한 거리두기가 비교적 쉬우므로 확산 위험성도 실내 활동보다 덜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당시 백신접종이 시작된 사정 등을 종합하면, 원주시장은 집회의 장소, 시간, 규모, 방법 등을 적절히 제한하는 방법으로 집회의 자유를 덜 제한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고려 없이 모든 집회를 전면 금지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2심) 판결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깨고,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춘천지법에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