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엑스 캡처. 연합] |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중 생포된 북한군이 한국 송환을 요청하면 관련 협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군 포로가 한국행을 희망할 경우 헌법상 우리 국민으로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와 협의할 예정”이라며 “다만 국제법 등 법률적 검토는 물론 관계국과 협의 필요한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SNS를 통해 공개한 북한군 신문 영상을 보면 1명은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에 “우크라이나 사람들 다 좋은가요?”라고 물은 뒤 “여기서 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집(북한)에 가고 싶냐’는 물음에는 “가라면 가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우크라이나에 남으라면 남겠느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는 북한군의 한국행 가능성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국정원의 비공개 간담회 직후 기자들에게 “그 포로가 한국으로 가겠다는 입장 표명을 한 것은 없다”며 “국정원은 북한군도 헌법적 가치를 봤을 때 우리나라 국민에 포함되기 때문에 포로가 된 북한군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관점에 입각해서 귀순 요청을 하면 우크라이나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도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인권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에서 “북한 포로는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북한 주민과 동일하게 한국 국적을 가진 것으로 간주되고 이런 법적 지위는 대한민국에 북한 포로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할 책무를 부여한다”며 “정부는 우크라이나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북한 포로에게 북송이 아닌 대한민국 송환을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짚었다.
외신에서도 같은 기류가 감지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현지시간) 북한 병사를 북한에 송환할 경우 인권 보호가 어려울 수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북한에 돌아갔을 때 생존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한국행이 최선이라고 결론지었다.
국제법상 전쟁 포로는 전원 본국 송환이 원칙이다. 양국이 합의할 경우에만 ‘원하는 나라’에 보내주는 등 조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포로 교환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점, 파병 사실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가 이들의 소속을 확인해주지 않을 경우 국제법상 포로 지위를 얻기 어려울 수 있는 점 등으로 한국 송환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