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 속 버티는 경찰들 “늘 조마조마”
13일 서울 한남동 공관구역 입구에서 집회 참가자들 간 시비가 붙어 경찰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김도윤 기자. |
[헤럴드경제=박지영·김도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둘러싸고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탄핵 찬·반 집회가 열흘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현장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의 고충도 늘어가고 있다.
장기화되고 있는 시위에 동원된 경찰들은 강추위 속 장시간 근무와 집회 시위자 간 마찰로 인한 스트레스 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과 비가 쏟아지며 영하 3도를 기록했던 13일 오후 경찰들은 방한복과 넥워머, 장갑까지 꼈지만 귀가 빨갛게 터 있었다.
기동대 소속 A씨의 마스크에는 콧물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A씨는 “추위를 많이 타는데 그래도 오늘부터 날씨가 풀린다고 하니 다행인 것 같다”며 “사고 예방이 우리가 할 일이기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치는 사람만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남동 관저 경계 근무에는 통상 기동대 5~8개 부대가 투입된다. 통상 한 부대당 60명인데, 약 480명가량이 투입된 셈이다. 한남동에 투입된 기동대 B씨는 “날씨가 안 좋을 때는 30분씩 교대하고, 길면 1~2시간마다 교대한다”고 했다. 이렇게 투입된 인원은 한남동 루터 교회 앞 탄핵 반대 집회 주무대와 약 200m 떨어진 탄핵 찬성 집회, 한남동 공관구역 입구, 한남초등학교 앞 탄핵 반대 집회와 한국노총 집회 등 약 600m를 따라 곳곳에 배치된다.
추위도 근무를 힘들게 하지만 반대 진영 지지자끼리의 충돌도 고충 중 하나다. 공관구역 입구 근처에는 현장을 생중계하는 유튜버들이 상주해있는데, 탄핵 찬·반 지지자끼리 날선 얘기를 주고 받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자주 벌어졌다. 그럴 때마다 경찰은 호루라기를 불고 1~2명이 붙어 양측을 분리시켰다.
14일 오전에도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 유튜버가 탄핵 찬성 측 유튜버에게 “꺼져”라고 욕설을 하자 순식간에 욕설과 몸싸움이 일어나는 상황이 연출됐다. 시위 참가자 간에 “윤석열 쫄보XX”, “빨갱이는 북한으로”라며 고성이 오갔다. 근무 중인 C씨는 “시민들 간 다툼이 일어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기동대 소속 경찰들은 한남동과 안국동 헌법재판소 인근에도 포진해 있다. 이들은 휴무가 잘리고, 초과 근무를 하는 상황도 일상이 됐다. 당직 근무를 서도 다음날 쉬기가 어렵고 식사도 도시락으로 끼니만 때우는 상황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현장 근무 인원들의 노고는 인지하고 있다. 적절한 대응 방안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