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는 왜 ‘린’같은 효과를 거두지 못할까?[서병기 연예톡톡]

환희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가수 환희와 린은 트로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비슷한 상황이다.

특히 제작진 입장에서 보면 26년차 베테랑 보컬리스트인 이들 두 사람의 캐스팅 목적이 더욱 유사해진다.

R&B와 발라드를 주 장르로 하는 이들이 트로트 서바이벌 MBN ‘현역가왕’에 나와 트로트에 도전하면 색다른 느낌이 나면서 트로트의 다채로움에 기여할 수 있고, 그 자체가 트로트의 확장을 이룰 수 있다. 본인도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 점에서 볼 때 린은 ‘현역가왕’과 ‘한일가왕전’에서 대 성공을 거뒀다. 환희는 나름 성실하게 도전은 하고 있지만 린에 비해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환희는 지난 14일 방송된 ‘현역가왕2’ 7화 ‘한곡 싸움’에서 재하와 함께 ‘천상재회’를 불러 재하를 눌렀다. 하지만 마스터들의 심사평은 후하지 않았다. 설운도는 “고음에서 답답하다. 왜 목을 누르냐? 가요는 고음에서 목을 열어야 한다”고 했고, 윤명선도 “(왜 계속 떠냐?)R&B가 줄지 않았다”고 평했다.

환희에게는 잔인한 표현일지는 몰라도 ‘린’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첫째, 트로트가 환희에게 무엇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린은 20년 넘게 발라드를 부르면서도 트로트를 내면에 정착시켰다. 그래서 트롯 오디션 무대에 올라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요즘 말로 하면 완벽한 ‘부캐’ 운용이다.

반면, 환희는 ‘부캐’의 역할이 없다. 비보이로 출발해 20년 넘게 R&B를 부르다 보니 대중도 약간 지루함을 느낄 수 있고 그래서 뭔가 전환점이 필요해 트로트 서바이벌에 온 것 같다.

그렇다 보니 남의 동네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나며, 이 점은 회차를 거듭해도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 더구나 트로트적 변용이 별로 없다. R&B 발라드, 소몰이 창법을 그대로 할 때도 있다. 그러니 노래를 잘 부르고도 후한 평가를 못받고 있다.

둘째, 무대를 음악 감성으로만 채우려고 한다. 린은 무대를 꾸미는 잔머리가 있다. 치밀한 전략을 장착하라. 감성+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야 어떤 무대를 꾸며도 레전드다. 환희는 그냥 잘하는구나 정도의 평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뒷심도 잘 못받고 있다. 심지어 어떨 때는 피곤함이 보인다.

세째, 환희는 R&B 발라드 가수인 만큼 ‘현역가왕2’에서는 발라드를 버리고 “나는 트로트 가수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노래를 불러야 한다. 여기에서 만큼은 주종목을 버려도 자존심이 상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환희는 “나는 트로트 가수가 아니야”라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 자신을 설득하지 못하니 몸에서 거부하는 느낌이 난다.

그래서 트로트를 사랑한다는 ‘진심’이 좀 더 전달됐으면 좋겠다. 환희는 ‘샤이(shy)’할 필요가 없다.

트롯 음악속에 있는 ‘사랑’을 찾아야지 트롯 음악 속에서 살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면, 그 소구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자칫 TV에 나올 기회가 없어 나온 것처럼 보여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환희는 노래를 잘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에 직면한 게 아니다. 트로트 오디션에서 트롯에 도전한 게 어울려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트롯에 대한 사랑과, 진심이 느껴져야 한다.

15년전쯤에 가수 린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나는 질문거리가 없으면 연예계에서 누구랑 친한지 물어볼 때가 있다. 린이 장윤정 집에서 논다고 했다. 내가 “장르가 너무 다르지 않나”라고 했다. 트로트를 부르며 논다고 했다. 린이 트로트 향기와 트로트의 맛을 이해한 지는 제법 오래 됐다.

진심 전달 성공의 또 다른 사례를 하나 들고싶다. 2024 KBS 연기대상을 수상한 배우 이순재와 ‘개소리’의 경찰견 소피와의 호흡이다. 나는 이순재와 개의 캐스팅은 절묘한 한수였다고 생각한다.

이순재는 ‘꽃보다 할배’를 보면 평소 동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호수가에서 새와 오리들과도 대화하며 먹이를 준다. 이순재와 소피의 케미는 200%다. 그러니 이순재가 개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판타지적 설정도 그냥 받아들일 수 있다. 진심 전달이라는 게 그런 거다. 기능적인 연기를 잘했다고, 나이가 들었다고 준 상이 아니다.

환희는 가창력의 문제보다는 트롯을 좀 더 사랑하고, 그속에서 함께 부대끼면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진심’이 전달된다면 지금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날 것이다. 트롯 주변부에서 놀지 말고 트롯 한가운데로 들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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