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 金’ 탁구 레전드 출신
IOC위원·탁구협회장, 행정가로 성공
“체육회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할 것”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당선 소감을 말하기 전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연합] |
변혁에 대한 2025년 체육계의 열망은 거셌다. 43세 젊은 피에게 ‘스포츠 대통령’의 무거운 왕관을 씌워주며 대한민국 체육계를 압도적으로 변화시키고 개혁할 것을 주문했다.
‘탁구 레전드’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이 제42대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됐다. 3선이 유력했던 이기흥 현 회장을 꺾는 대이변이었다. 상대전적 6전 6패 중이던 세계최강 왕하오(중국)를 제압한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단식 결승전을 떠올리게 한 장면이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은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총투표수 1209표 중 417표(34.5%)를 획득해 이기흥 후보(379표) 등 5명의 경쟁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연간 4400억원에 이르는 예산과 80여개의 회원 종목 단체, 17개 시도체육회, 225개 시군구체육회를 관장하는 자리다. 임기는 2029년 2월까지 4년이다.
올림픽에서 3개의 메달을 획득한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유승민 당선인은 지도자를 거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활동했고, 2019년부터는 탁구협회장을 맡아 행정 경험을 쌓았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에는 선수촌장을 맡았고, 2018 평창기념재단 이사장도 역임했다.
유승민 당선인은 “여러 현안이 있어서 무겁고 부담된다. 지금 당장의 기쁨보다는 해야 할 일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생각해야 할 것 같다”며 “체육인 여러분이 변화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셨으니 제 몸이 부서져라 열심히 뛰어 화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역대 최다인 6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번 선거에선 이기흥 현 회장의 3연임이 유력해 보였다. ‘반(反) 이기흥’을 부르짖은 경쟁 후보들이 단일화를 추진하다 실패한 데다, 이기흥 회장이 8년 재임기간 다져온 체육계 조직력이 공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육인들의 선택은 예상을 뒤엎었다. 각종 비리 혐의로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기흥 회장이 뚜렷한 소명 대신 정부와 갈등을 일으키는 모습이 젊은 체육인들의 등을 돌리게 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이기흥 회장이 3선에 성공하더라도 또 다시 문화체육관광부의 직무 정지 처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표심을 흔들었다.
이에 반해 유승민 당선인은 마치 2016년 IOC 선수위원 선거운동 때처럼 이번에도 하루 수백㎞를 달리며 체육인들에게 다가갔다. 유승민 당선인은 지난달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학생 선수들과 학부모들, 최저시급밖에 되지 않는 처우 속에서도 선수 한 명 키워보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발버둥 치는 지도자들 등 체육인들의 걱정과 두려움을 다시 희망과 행복으로 바꿔드리겠다”고 했다. 유승민 당선인 스스로도 선거운동 때 보인 진정성을 현장에서 받아준 것 같다고 승리 요인을 밝혔다.
유승민 당선인 앞에 놓인 과제는 녹록지 않다. 임기 중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028 LA 하계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대회가 줄줄이 열린다. 대한민국 선수단의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부당한 관행을 비롯한 체육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소하고 분열된 체육계를 통합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유승민 당선인이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은 건 2016년 통합체육회 출범 때부터 얽힌 구조적 문제다. 유승민 당선인은 “체육회가 통합되는 과정에서 민선 체육회가 출범했는데, 여러 구조적인 부분이 정리가 안됐다. 그게 해결되면 학교체육, 생활체육 문제가 잘 해결될 것이다”고 말했다.
유승민 당선인은 “현장에 있는 현안부터 빠르게 해결하겠다. 이를 정부와 대화로 풀 수 있다면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이어 “유승민을 믿고 함께해준 체육인들 모두 감사드린다. 변화에 대한 열망에 반드시 화답하겠다”고 약속했다. 조범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