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격한 문구의 피켓 동원한 장외 시위 등장
현대제철 노조원들이 15일 서울 한남동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현대제철 노조가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 지역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장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10일 이후 닷새째다.
1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회사 측과 2024년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제철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사상 최대 규모 성과급 지급 ▷차량 구매 대출 시 2년간 1000만원 무이자 대출 지원 ▷정년 퇴직자 대상 3년마다 20% 차량 할인 지원 등을 요구하며 주택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정의선 회장의 자택 인근인 해당 지역은 오전 시간대 이동하는 학생과 직장인의 왕래가 많은 지역이다. 인도 폭이 좁아 시위가 진행되기에는 어려운 조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현대제철 노조는 ‘악질’, ‘분쇄’ 등 부정적인 어감이 들어간 문구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회사 실적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시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현대제철은 지난해 시장의 기대치를 밑도는 3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직전 연도인 2023년 영업이익 7983억원과 비교했을 때 60% 급감한 수준이다.
현대제철 노조원들이 15일 서울 한남동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
한 업계 관계자는 “성과급은 영업중 발생한 실적에 맞춰 지급되는 것임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60%가 감소한 상태에서 사상 최대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에 벗어난다”며 “무리한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회사사정이나 시민들의 불편은 아랑곳 않고, 이기적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철강업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최근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경영부담으로 가동률이 10%대인 포항2공장의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이후 노조의 반발로 인해 일부 재가동 및 2조2교대 근무 축소 형태로 전면 가동 중단은 유예됐지만, 운영 효율이 떨어지는 상황이어서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중국의 저가 제품 수출로 인한 시장 교란 ▷환율 급등 ▷정치적 리스크로 인한 시장 불안이 겹치면서 업계 분위기도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다. 이달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우리 철강 수출제품에 대한 강력한 관세정책을 시행할 경우엔 미국 수출길에 또 다른 장벽이 생길 수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당장 문을 닫을 업체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철강업계 상황이 너무 나쁘다”면서 “다같이 합심해 고통분담을 해도 모자란 상황에 노사가 대립할 수밖에 없는 현재 상황이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