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내란 국조’ 증인 신원보호 요청

‘내란 국정조사특위’ 2차 기관보고
증인 출석 앞두고 협조 공문 발송
전날 정보사령부도 ‘가림막’ 증언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에서 안규백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


15일 ‘내란 국조특위’ 기관 보고를 하는 국가정보원이 증인의 신원 보호 및 참석 시간대 조정 등을 요청했다. 이름과 직책은 물론 얼굴과 육성 등이 공개돼서는 업무 수행을 하기 어렵고, 수뇌부가 동시에 자리를 비워서는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전날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조특위’의 위원장실에 발송한 공문에서 기관 증인 출석과 관련한 협조를 요청했다. 신분 보안이 요구되는 국정원 국가사이버안보센터장의 신원 노출 차단을 위한 ▷가림막 설치 ▷별도 대기장소 지정 ▷증언 시 음성변조 등의 보호 조치 등이다.

국정원은 신원 보호 조치 외에 기관증인의 참석 시간대 조정도 요청했다. 증인 명단에 오른 국정원장, 제1·2·3차장, 기조실장, 국가사이버안보센터장 6명 중 원장과 3차장, 기조실장은 개의부터 산회 시까지 참석하는 대신 1차장과 2차장, 국가사이버안보센터장은 주 질의 이후 이석을 요청했다.

국정원은 공문을 통해 “우리 국익과 직결되는 미 행정부 교체가 임박한 상황에서 북한의 전략 도발 징후 증대·우크라이나전 격화 등 안보 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국정원은 엄중한 안보 상황 인식 속에 국회 증언 의무를 최대한 이행하면서 동시에 안보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하니 기관증인의 참석을 조정해 주길 요청한다”고 했다.

군 출신의 여당 위원들을 중심으로 정보 업무를 하는 증인들을 명단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정보기관 업무 특성상 얼굴이나 육성은 물론 이름, 직책 등의 인적사항은 기밀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다만 계엄 사태의 엄중함을 앞세운 야권의 논리에 힘이 실리면서 신원 노출 가능성에도 국정조사에 불출석 또는 비공개 증언 방식으로 선회하지 못했다.

특정 사안에 관한 진상을 국회 차원에서 낱낱이 규명하려는 국조특위에서 출석이 확정된 기관증인의 신원 노출 차단을 위한 조치를 요청한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국정조사에서 증인을 보호했던 사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조특위’와 ‘세월호 참사 국조특위’ 등이 있었다.

전날인 14일에 국회에서 열린 내란 국조특위 1차 기관보고에서도 일부 증인들의 신원 보호 조치가 이뤄졌다. 정보사령부의 요청에 따라 정보사 소속 기관증인들이 가림막 내에서 증언했다. 정보사는 역시 앞서 내란 국조특위에 공문을 보내 증인 명단에서 정보사 소속 인원 중 일부의 이름을 지워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양일간 열리는 기관보고에 채택된 증인은 군, 국방부, 국정원 등 주요 기관의 173명으로 전날 81명, 이날 92명이 소환됐다. 별도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 제출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 3명 외에는 전원 출석했다. 전날 북한이 동해상에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김명수 합참의장 등 일부 증인은 일찍 자리를 뜨거나 늦게 도착하는 방식으로 출석 시간을 조정했다.

다만 기관증인의 규모에 비해 실제 질의응답을 한 증인은 13명에 불과해, 국민의힘 소속 특위위원들 내란 국조특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모욕 주기식, 벌주기식 증인 채택을 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민주당은 최초 증인 187명에서 회의 직전 177명으로, 이후 174명에서 173명으로 네 차례나 변경하면서도 국민의힘 요구는 단 하나도 들어주지 않고 본인들 원안대로 일방처리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 합참의장, 참모총장 직무대리, 주요 사령관 등 군 주요간부 80여 명을 모아놓고 13명에게 질의하고 나머지 약 70명은 앉아만 있었다”며 “증인을 한마디도 못 하고 15시간씩 앉혀 놓는 게 국회가 할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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