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을 닷새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그동안 예고해왔던 관세 폭탄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대외수입청(External Revenue Service)’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외국 기업으로부터 관세를 걷을 별도 정부 기관을 ‘대외수입청’으로 명명하고 대선 공약인 고율 관세를 관철시키겠다는 구상이다.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난 우리의 관세와 수입세, 외국의 원천에서 들어오는 모든 수입을 징수할 대외수입청을 만들겠다”며 “우리는 우리와 교역에서 돈을 벌어가는 이들에게 청구하기 시작할 것이며 그들은 드디어 공정한 몫을 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Internal Revenue Service)이 미국 납세자의 세금을 걷는 것이라면, 대외수입청은 외국 기업에서 관세를 걷을 별도 기관을 설립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관세 징수는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담당하고 있다.
대외수입청 신설은 트럼프 당선인의 책사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전날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먼저 제안했다. 그는 재무부 산하에 대외수입청을 두고 관세 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에 대한 수수료 등 새로운 수입처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우리의 위대한 국민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IRS에 의존해왔다”며 “미국 경제는 무르고 한심할 정도로 약한 무역협정을 통해 우리 자신을 과세하면서 세계에 성장과 번영을 안겼다. 이제는 그것을 바꿀 시기”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하면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특히 대(對)중국 관세에 대해선 60%까지 올리겠다고 공약해 미중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또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선 불법 이민자의 국경 통과와 마약 밀매를 강력 단속하지 않으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발표에 대해 “수입품에 대한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려는 트럼프 당선인의 오래된 열망을 반영하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당선인의 참모들이 대선 공약보다 제한적인 수준의 관세를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여전히 관세 의지가 강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CBP가 이미 관세를 징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외수입청을 실제 설립하면 어떻게 운영할지를 놓고 혼란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오는 23일(현지시간)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온라인 연설을 할 예정이어서 관세를 포함한 집권 2기의 구체적인 구상이 나올지 주목된다. 이번 연설은 온라인이긴 하지만 미국 대통령으로서 트럼프가 국제무대에 복귀를 알리는 첫 모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