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에도 세계화가 살아남을 수 있는 6가지 이유 [스티븐 A. 알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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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세계화의 종말과 역행에 대한 우려, 일각에서는 기대감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OECD 경제전망(Economic Outlook)에 따르면, 향후 무역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은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 이러한 극도의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 및 공공정책 리더들은 핵심 자원부터 성장, 혁신 기회에 이르기까지 국제관계에 얼마나 의존할지를 두고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각국 의사결정권자들은 탈세계화의 위협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세계화가 대대적으로 역행할 것이라고 확신하거나 향후 몇 년 내에 세계화의 역행이 기정사실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오판일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세계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데에는 여섯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국제적인 흐름은 최근 격동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도 높은 회복력을 보여줬다. 글로벌 금융위기, 브렉시트, 미중 무역전쟁,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격변의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평론가들은 세계화의 종말을 예고했다. 하지만 국가나 기업들이 국제 교류를 줄이고 국내 교류를 확대하는 패턴은 나타나지 않았다.

필자가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NYU Stern School of Business) 동료인 캐롤라인 배스티안과 함께 작성한 ‘DHL 글로벌 연결성 지표(Global Connectedness Tracker)’는 무역(Trade), 자본(Capital), 정보(Information), 사람(People) 등 네 가지 영역에서 국내 교류와 국제교류를 비교하고 있다. 전반적인 추세를 보면 국내 교류 대비 국제 거래 비중은 2022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현재도 이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네 가지 영역 모두에서 지역화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흐름은 관찰되지 않았다.

물론 이러한 국제 흐름의 회복력이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최근 추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세계화가 역행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 각국 의사결정권자들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국가와 기업들은 세계화를 통해 얻는 혜택을 지속적으로 누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둘째, 미국이 국제 무역 축소라는 전 세계적인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 기간 동안 모든 교역국에 대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러한 공약이 정책으로 실현된다면, 이는 미국이 자급자족을 강화하고 자유무역 체제에서 한발 물러설 것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을 따르려는 나라는 없다. 오히려 대부분의 국가들은 무역 성장을 주요 경제 발전 기회로 삼고 있다. 실제로 미국 대선 이후, 유럽연합(EU)과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MERCOSUR)이 오랫동안 지연됐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으며, 영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했다.

미국의 자유무역 후퇴 리스크는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세계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하도록 만들 수 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자유무역 후퇴를 받아들이는 국가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시장 규모 자체가 작기 때문이다. 자급자족을 추구하려면 미국이나 다른 경제 대국조차도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규모가 작은 국가들은 무역 없이는 현재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방법이 전혀 없다.

셋째, 미국 혼자서 세계화를 역행시킬 수 있을 정도로 시장 규모가 크지는 않다. 현재 미국은 세계 수입액의 약 13%, 수출액의 약 9%를 차지한다. 이는 미국의 무역 정책이 전 세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국제 무역 체제를 뒤흔들 만큼 압도적인 규모는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자국의 수입을 대폭 줄인다고 하더라도,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무역이 단순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 무역은 미국 이외의 국가들 간의 거래로 대체될 것이다. 이러한 무역 흐름의 재조정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많은 국가들은 대미 수출 손실분을 다른 국가로의 수출로 빠르게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원) 시몬 에브넷 교수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모든 수입을 중단하는 극단적인 시나리오에서도 각국이 현재 다른 시장으로의 수출 증가율을 유지할 경우 69개국은 1년 이내에, 114개국은 5년 이내 대미 수출 손실분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은 이들 국가에 포함되지 않았다.

넷째, 세계화는 단순히 무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화를 반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두 가지 분야 즉 무역 특히 수입과 이민에만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세계화는 무역과 이민을 넘어 기업 및 금융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해외여행 및 교육, 과학자 교류, 해외 음악, 영화, 음식을 즐기는 문화적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필자의 연구 분야인 글로벌 비즈니스의 경우, 각국은 외국 기업을 자국 내에 유치해 공장을 세워 일자리를 창출하고 신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다른 분야에서는 반세계화(anti-globalization) 입장을 취하는 트럼프 대통령조차도 미국 내 해외 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신속승인 절차를 약속한 바 있다. 외국 기업들이 해외에 공장을 설립하는 것은 세계화의 여러 측면 중에서도 상대국 국민의 지지를 가장 많이 얻는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다섯째, 미국이 막대한 비용을 초래할 고관세 위협을 협상으로 해결하거나 연기할 가능성이 크다. 대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및 캐나다 지도자들과 바로 협상에 들어갔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미국의 무역 파트너들과 일련의 협상을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협상은 제안된 관세 인상을 지연시키거나 축소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이렇게 예측하는 데에는 트럼프 선거 캠페인에서 강조된 세 가지 영역, 즉 수입(import), 이민(immigration), 인플레이션(inflation)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기간 동안 수입, 이민, 인플레이션 모두를 줄이겠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가능한 세 가지 I(Impossible Three I’s)라고 부르고자 한다. 만약 수입과 이민을 급격하게 줄인다면, 이는 미국내 급격한 물가 상승을 유발할 것이다. 이번 대선을 통해 미국의 유권자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어도 미국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역 정책의 시기와 세부사항을 조율할 가능성이 크다.

여섯째, 우리는 한 번도 규제가 전혀 없는 완전한 세계화를 경험한 적이 없다. 세계화가 역행하고 있다는 우려는 종종 오늘날 세계가 얼마나 세계화돼 있는지 그 정도를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다. 사람들은 세계가 실제보다 훨씬 더 세계화돼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국제 교류에 대한 새로운 장벽이 등장할 때마다, 이는 이미 오래 전에 대부분의 국제 무역과 투자 장벽들이 제거된 세계의 규범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는 일로 간주되곤 한다.

사실 세계화는 그렇게 높은 수준에 도달한 적이 없다. 대부분의 경제활동은 여전히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2023년 기준, 전 세계에서 생산된 모든 재화와 용역 중 단 21%만이 해외 시장으로 수출됐으며, 이는 역대 최고치였던 22%를 소폭 하회하는 수준이다. 또한 국제 흐름은 여전히 거리 및 국가 간 차이에 의해 크게 제한받고 있다. 국제 활동은 장벽이 없는 ‘평평한’ 세계에서 예상되는 수준보다 세 배 더 지역 중심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글로벌 비즈니스는 주로 우호적인 국가들 간에 이뤄지고 있다. 가령 동맹국 간 교역량은 경쟁 관계에 있는 지정학적 블록 간 교역량보다 네 배나 많다.

세계화가 언제나 정책, 지리, 문화 그리고 수많은 다른 요인에 의해 제약을 받아왔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 국제 흐름을 제약하는 새로운 요소들이 세계화를 파괴하기보다는 재구성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새로운 제약은 국제 흐름의 증가와 국가 간 교류 패턴에 점진적인 변화를 줄 뿐, 세계화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지는 않는다.

물론 인류의 역사는 세계화가 역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20세기 두 차례 세계 대전 사이에 세계화는 후퇴했다. 그러나 탈세계화 도래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미국이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세계화에서 한 발 물러설 수는 있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탈세계화를 따를 때에만 세계화의 종말이 현실화될 것이며, 특히 작은 국가들에게는 탈세계화를 선택하는 대가가 더욱 클 것이다.

결론적으로 각국 의사결정자들은 탈세계화 리스크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한다.

탈세계화 시나리오에서의 대응 방안을 점검하기 위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글로벌 생산 및 시장을 계속 활용하는 경쟁사에 비해 자사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리스크 완화 전략에는 주의해야 한다. 시장이 여전히 연결되어 있는 것이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인 한, 경쟁사들이 선택하지 않았는데 자사 혼자 탈세계화 전략을 선택한다면 경쟁 우위를 잃을 수 있다.

*스티븐 A. 알트먼은 누구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의 선임 연구학자이자 연구 조교수다. 스턴경영대학원의 미래경영센터에서 DHL 세계화 이니셔티브의 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세계화와 비즈니스 전략에 중점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영국 레딩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앞서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땄다. 하버드 존 F. 케네디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를,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대에서 경제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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