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SG기준원, ISS 이어 고려아연 집중투표제 ‘반대’ 권고

“기업가치 제고 부합 방향”
MBK·영풍 측 추천 후보 7명만 ‘찬성’
국내외 공신력 높은 의결권 자문사 2곳서 반대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회사 제공]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에 이어 국내 한국ESG기준원도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를 권고했다. 더불어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이 제안한 이사 중 7명을 선임하는 것이 고려아연 기업가치 제고에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15일 한국ESG기준원은 전일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고려아연 의안 분석 보고서를 발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려아연은 오는 23일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있으며 현재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측과 1대주주인 MBK-영풍 측에서 각각 총회 안건을 제안한 상태다.

집중투표제 반대 권고에 대해 한국ESG기준원은 “장기간 정관 내 집중투표제를 배제해 온 회사가 경영권 분쟁의 상황에서 해당 제도를 도입한다는 점은 상당히 이례적이고 이는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그 본래 목적인 소수주주권 보호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한국ESG기준원은 집중투표제의 경우 개별기업의 지분구조에 따라서 그 실효성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에 대해 “최대주주 및 이에 버금가는 2대 주주에 소유구조가 집중된 경우 오히려 소수주주권이 제한되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며 “집중투표제의 도입취지 및 목적과 더불어 고려아연 지분구조에 따른 집중투표제의 실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해당 조항 변경의 필요성 및 타당성이 현 시점에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기업가치 제고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MBK·영풍 측 이사 후보들 중 7명에 대해서만 찬성을 권고한 점도 특징이다. 한국ESG 기준원은 2조5000억원 규모 일반공모유상증자 사태로 인해 고려아연 경영진에 대한 검찰 수사와 형사 고소가 진행되는 등 상당한 법적 리스크가 발생했음을 언급하면서 기존 경영진으로부터 이사회 독립성 확보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분석을 근거로 한국ESG 기준원은 MBK·영풍이 제안한 ▷M&A·재무·회계 ▷법률·리스크관리 ▷ESG ▷사업전략 등 4개의 부문에서 역량과 전문성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7명의 후보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고려아연 기업가치 제고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이라며 MBK·영풍의 추천 후보들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MBK·영풍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가장 공신력이 높다고 평가 받는 의결권 자문사 2곳에서 집중투표제에 대해 반대 권고했다”라며 “최윤범 회장 체제의 현 고려아연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고 이사회 개혁을 통해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점에 공감해준 것에 큰 의의를 갖는다”고 말했다.

한국ESG기준원은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설립한 공익기관으로 특정 이해관계자로부터의 독립성 보장을 기관 운영의 최우선 원칙으로 삼는다. 이는 일부 민간 주도로 운영되는 의결권 자문기관들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앞서 글로벌 양대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의 의견은 엇갈린 상태다. ISS도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 도입을 반대했으나 글래스루이스는 찬성 의견을 전했다. 한국ESG기준원과 함께 국내 메이저 3사에 꼽히는 서스틴베스트도 집중투표제에는 찬성했으나 MBK와 영풍 측 인사가 고려아연 이사회에 진입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