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넷플릭스 화제작 ‘흑백요리사’에서 눈길을 끈 재료가 있다. 이른바 ‘장 트리오(된장·고추장·간장)’다. 대결에 나선 요리사는 된장을 발라서 구운 스테이크에 간장으로 맛을 낸 깍두기로 전통 장류를 재해석했다. 지난달 남미 파라과이에서는 대한민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장 담그기를 통해 가족과 공동체의 연대를 강화하는 대한민국의 문화가 담겨있다는 이유에서다. 장류가 K-푸드의 전통을 상징한다면, 매운맛과 건강함을 무기로 전 세계로 뻗어나간 김치는 K-푸드의 효자 품목이라고 할 수 있다. K-팝·K-드라마와 함께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라면·김밥·떡볶이는 그야말로 ‘스타 K-푸드’다.
K-푸드 수출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글로벌 고금리 기조와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농수산식품 수출액(잠정치)은 128억 불(약 19조원)로 전년 대비 7% 증가했다. K-푸드 수출은 단순히 국부를 창출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대한민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하고, ‘식품 영토’를 확장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K-푸드의 수출이 늘어나면, 대한민국의 음식문화도 함께 전파된다. 지역의 신선한 농수산물을 활용해 맛과 영양이 뛰어난 우리 음식의 ‘건강함’, 그리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한국인의 저력은 ‘매운맛’으로 세계에 퍼져나가고 있다. 한국 음식의 고유한 정체성이 이제는 전 세계인이 공유하는 문화가 되고 있다.
K-푸드 수출은 국가와 농어민(축산인), 기업이 모두 상생하는 길이다. 수출은 일부 기업의 이익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국가에 이익이 되고, 농어촌·농어민(축산)에 이익이 되고, 수출기업에 이익이 되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이다. K-푸드 수출의 전 과정을 전담하고 있는 공사가 지난해 대전과 서울에서 두 차례 수출 지원사업 공청회를 연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우리 농수산식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외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 관계기관과 기업, 생산자가 뜻을 모은 것이다. 수출을 통해 농어촌·농어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모인 공청회의 열기가 매우 뜨거웠다.
농수산식품은 대한민국의 신성장동력이다. 그동안 반도체가 국가 성장동력이었다면, 이제는 농수산식품이 또 하나의 국가 성장동력이 돼야 한다. 대한민국을 이 쌍두마차(반도체 수출·농수산식품 수출)가 이끈다면, 선진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 농어촌·농어민(축산)이 잘 사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K-푸드 수출은 반드시 필요한 성장동력이다.
올해 수출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을 것이다. 미국발 관세 폭탄과 중국발 덤핑 공세로 언제 수출 적신호가 켜질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일찍이 태권도와 새마을운동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공동체와 조화를 이루는 한국인 고유의 정체성을 세계에 알려왔다. 어려움에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 저력이 K-푸드 세계화에도 밑거름이 되고 있다. 수출이 곧 국력인 시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대한민국의 식품 영토를 확장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K-푸드 수출 확대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K-푸드를 세상 끝까지 전하며, 대한민국이 강한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설 날을 그려본다.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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