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도’에 ‘年 5%’ 美 국채금리 공포 한숨 돌렸는데…한은 ‘금리 동결’에 韓 증시 향방은? [투자360]

‘안도감’ 안겨 준 美 물가 지표
美 증시, 모처럼 훈풍…“안심하긴 일러” 지적도
“환율 상승 압력 제한” vs “기업 이익·證 수급엔 부담”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1.46p(1.26%) 오른 2,528.27로 출발했다. 코스닥지수는 8.74p(1.23%) 오른 720.35에, 원/달러 환율은 6.2원 내린 1,455.0원에 개장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시장 전망치에 부합한 미국 물가지수 덕분에 ‘심리적 저항선’으로 불리던 연(年) 5% 선을 향해 내달리던 미 국채 금리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하지만, ‘고(高)관세 정책’ 공언 등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를 자아냈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임박한 만큼 마음 놓긴 이르단 평가도 나온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감속 기조가 분명한 상황인 만큼 연초 기세가 꺾인 미 증시가 반등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더 남았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도 미국의 완화적 통화 정책에 대한 기대 후퇴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 카드를 꺼내든 만큼, 연초 훈풍이 불고 있는 증시 등 ‘위험 자산’을 향한 투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집중된다.

‘안도감’ 안겨 준 美 물가 지표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 노동부는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시장이 주목한 점은 해당 수치가 다우존스 집계 전문가 예상치 컨센서스(평균치)에 완전히 부합했다는 점이다. 작년 7월(2.9%)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엔 긍정적 신호로 작용한 모양새다.

근원지수(대표지수에서 단기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지표)의 경우엔 전년 동월 대비 3.2% 오르며 예상치보다 0.1%포인트 하회했다. 앞서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표·근원지수 모두 컨센서스에 부합하기만 해도 증시엔 안도감이 형성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14일(현지시간) 발표한 12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대비(3.3%), 전월 대비(0.2%) 모두 다우존스 예상치(3.5%, 0.4%)를 하회한 데 이어, CPI까지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면서 그동안 천정부지로 치솟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빠르게 내렸다.

이날 미 국채금리는 연 4.665%로 장중 4.809%까지 치솟았던 전날(4.792%)과 비교했을 때 하루 만에 무려 2.65%(0.127%포인트)나 빠졌다.

앞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9월 연저점(연 3.621%)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올랐고, 최근엔 연 5% 선을 향해 치솟는 모습을 보여왔다. 식을 줄 모르는 미국 경제로 고용 지표가 여전히 강하고,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과 함께 ‘고율 관세’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전망되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으로 읽힌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당일 금리(4.280%)와 비교했을 때도 14일(현지시간) 고점까지 0.529%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美 증시, 모처럼 훈풍…“안심하긴 일러” 지적도


인플레이션 압박에 따른 금리인사 기조 후퇴와 미 국채 금리 상승의 여파로 연초 ‘찬바람’이 불었던 미 증시에도 모처럼 훈풍이 불었다.

15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 3대지수는 일제히 큰 폭으로 상승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03.27포인트(1.65%) 뛴 4만3221.55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07.00포인트(1.83%) 급등한 5949.91, 나스닥종합지수는 466.84포인트(2.45%) 튀어 오른 1만9511.23에 장을 마쳤다.

앞서 올해 들어 14일(현지시간) 종가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미 증시 3대지수 수익률(다우 -0.06%, S&P500 -0.66%, 나스닥 -1.38%)은 하루 사이에 다우 1.65%, S&P500 1.83%, 나스닥 2.45%로 ‘플러스(+)’ 전환했다.

이날 누그러진 물가로 일각에서 제기되던 금리 ‘인상’ 목소리는 우선 수면 아래로 가라 앉는 분위기다. 존 커슈너 야누스핸더슨인베스터 미 증권화 상품 총괄은 “가장 중요한 점은 일부 시장 참가자가 성급하게 반영하기 시작한 금리인상 가능성을 이날 CPI가 배제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AFP]


다만, 그동안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주요 요인으로 꼽혀온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이란 상황을 볼 때 ‘위험 자산’에 대한 투심이 회복될 것이라 속단하긴 이르단 평가도 있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서비스에 이어 상품 물가의 하방경직성이 강해지면 연내 인플레이션 하락은 제한될 전망”이라고 꼬집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미국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고 새 행정부 출범에 따른 정부 정책의 잠재적 변화 가능성이 커졌다”며 “향후 통화정책 경로는 신규 경제지표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가 연방정부 지출 삭감에 나선다지만, 전문가들은 재정적자 확대 우려도 미 국채 금리를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연간 2조달러에 육박하는 재정적자 규모가 커질 수록 미 재무부는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해야하고, 이는 기존 국채 가치를 떨어뜨린다. 국채 금리 추가 상향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환율 상승 압력 제한” vs “기업 이익·證 수급엔 부담”


미 물가 수치와 이에 따른 통화 정책, 위험 자산에 대한 투심은 국내 증시는 물론, ‘서학개미(미국 주식 소액 개인 투자자)’ 주머니 사정에도 곧장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연초 국내 증시는 ‘저가 매력’이 부각되며 글로벌 주요국 증시와 비교했을 때 최상위권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15일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 지수는 올 들어서만 4.06% 상승하며 주요 20개국(G20)을 비롯해 대만, 홍콩 등 주요 증시 올해 수익률 중 아르헨티나 메르발(MERVAL, 7.88%) 지수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


이런 가운데 이날 한국은행이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기준금리를 현재 3% 수준으로 동결한 것이 증시 등에 미칠 영향 분석을 두고 전문가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역전된 한·미 금리 격차가 벌어짐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원/달러 환율 상승 탓에 ‘큰손’ 외국인 투자자가 매력이 줄어든 국내 증시를 떠날 이유가 줄었다는 점은 국내 증시에 긍정적 효과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초엔 한은이 3회 연속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고, 투자 역시도 이에 맞춰 움직였다”면서 “이번주 들어 동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더니, 결과까지 이렇게 나온 만큼 투심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둔화에 대한 대응 및 내수 경기 부양 방안으로 해석됐던 만큼, 국내 증시 반등을 위해 필수적인 수급 강화와 기업 이익 향상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이 향후 상황에 따라 금리 인하에 나서려해도 ‘강(强)달러’ 우려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계속되는 미국 경기 호조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으로 원/달러 환율에 대한 상방 압력이 예상되는 상황에 국내 경기 부양을 위한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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