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교사범은 징역 27년
대법원. [연합]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당해 80대 건물주를 살해한 혐의를 받은 30대 지적장애인에게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A씨는 주택 재개발 문제로 피해자와 갈등을 빚던 B씨가 “피해자를 살해하면 결혼을 시켜주겠다는 말에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살인 혐의를 받은 30대 남성 A씨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확정했다. A씨에게 살인을 시킨 혐의를 받은 B씨는 별개로 진행된 재판에서 최근 2심 결과 징역 27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지난 2023년 11월 영등포구의 한 건물 옥상에서 80대 피해자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피해자에게 특별한 원한이 없었다. 범행을 지시한 건 인근 식당을 운영하며 A씨를 고용한 40대 남성 B씨였다. B씨는 A씨가 자신을 형님이라 부르며 따르지만 폭력성을 가진 점을 악용했다.
B씨는 재개발 문제로 피해자와 경제적 이권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었다. 그는 지적 장애로 지능 지수가 47에 불과한 A씨에게 2022년 6월부터 지속적으로 피해자에 대해 험담했다. 범행 직전엔 “피해자를 살해하면 결혼시켜주고, 1000만원도 주겠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B씨에 의해 범행에 나아갔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1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제15형사부(부장 양환승)는 지난 6월 이같이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사망했고, 유족은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A씨)이 뒤늦게나마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독자적 판단에 따라 계획해서 실행한 것이 아니라 B씨의 사주에 따라 범행한 것을 참작했다”고 했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이재권 송미경 김슬기 부장)는 지난해 9월, 1심과 같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이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고 평가되지 않는다”며 “1심 이후 양형 조건에 유의미한 변화도 있지 않다”고 봤다.
대법원 역시 “원심(2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징역 15년을 확정했다.
한편 A씨에게 살인을 교사한 B씨는 지난 8일 2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27년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지적장애를 가진 A씨를 이용해 직·간접적으로 살인 의사를 갖게 했다”며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B씨는 A씨를 고용하며 3년 4개월간 임금을 주지 않았고, 간이 시설물을 내주고 월세로 매월 50~60만원을 받았으며, 장애인 수당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