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감소로 다양한 韓 총체적 위기
‘최후의 인구론’ 표지.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한국은 저출산을 만들어내는 요소가 결합된, 총체적 위기의 전형이다.”
세계적인 인구학자 폴 몰런드의 신작 ‘최후의 인구론’은 전 세계적인 출산율 저하와 그에 따른 인구 감소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인구 디스토피아는 이미 시작됐으며 인구 절벽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도래해 대재앙을 일으킬 것이란 전망이다.
저자가 지적한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는 사실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인구 소멸이 더 이상 먼 미래의, 남의 얘기가 아닌 셈이다.
인구 감소로 발생하는 문제는 다양하다. 노동력 부족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연금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 각 나라는 사회복지 비용이 폭증하며 부채가 증가해 국가 재정이 불안정해 질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특히 한국의 상황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우려를 나타낸다. 한국의 2024년 합계출산율은 0.74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출산율 0.74명’이란 이론적으로 한 세대의 두 사람이 다음 세대에서는 0.74명이 된다는 뜻이다. 즉 100명이 37명의 자녀를 낳고, 그 자녀들은 다시 14명의 자녀를 낳는다.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두 세대만 지나도 인구의 86%가 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실제 상황은 더 심각하다. 출산율은 여성을 기준으로 표시되는데, 한국 인구는 전통적인 남아 선호 사상에 초음파 기술이 더해지면서 남성 비율이 높은 인구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여성 100명당 남성이 125명에 달한다. 여성이 전체 인구의 절반 미만이면, 실제 출산율은 더 낮아지고 인구 감소 속도는 훨씬 빨라질 수 있다.
한국이 초저출산 국가가 된 데에는 사회·경제 발전으로 인한 인구 전환, 아브라함계 종교의 부재, 보수적인 성별 문제, 만연한 반출생주의 문화 등 많은 원인이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저자는 전 세계가 직면한 인구 감소 위기에 대응하고 인류의 미래를 지킬 유일한 방법은 출산율 제고라고 주장한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많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개인의 선택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택임을 피력한다.
또 출산에 대한 부담을 개인에게만 짊어지게 하는 게 아니라 정부, 기업, 사회, 나아가 인류 전체의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출산을 권장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출산율이 회복될 때까지 인류를 뒷받침해 줄 기술의 발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 등이 있어야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육아 지원 확대, 주거비용 절감, 일과 삶의 균형 개선 등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한다.
“인류는 현실을 직시하고 인구 절벽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자유와 기회를 포기하지 않고도 출산을 중심에 두는 사고와 생활방식을 발명해 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지구에 사는 모든 이에게 해당된다.
최후의 인구론/폴 몰런드 지음·이재득 옮김/미래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