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선 ‘다른 요인 질병 가능성’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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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15일 서울고등법원 동관 583호 법정에서 열린 담배소송 항소심의 제11차 변론에 참석했다.[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담배소송에서 청구인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수장인 정기석 이사장이 소송당사자로 직접 변론에 나서 담배와 질병 간 인과관계를 주장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5일 서울고등법원 동관 583호 법정에서 담배회사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진행 중인 담배소송 항소심의 제11차 변론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번 변론에서는 흡연과 폐암·후두암 발병 간 인과관계 쟁점에 대한 양측 공방이 벌어졌다.
핵심 쟁점은 ▷흡연과 폐암 등 발병의 역학적 인과관계 ▷소송대상자들의 개별 인과관계 판단 ▷피고 위법행위와 소송 대상자들의 폐암 등 발병 간 인과관계 인정 여부이다.
앞서 건보공단은 2014년 흡연으로 추가 부담한 진료비를 물어내라며 이들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533억원의 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6년 넘게 진행된 1심에서 건보공단은 패소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개개인의 생활 습관과 유전, 주변 환경, 직업적 특성 등 흡연 이외에 다른 요인들에 의해 발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흡연과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건보공단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2021년 6월 항소심 첫 재판을 시작으로 이날 서울고법 민사 6-1부(부장 김제욱 이경훈 강경표)가 11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변론에 나선 정 이사장은 “담배가 폐암 등 호흡기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은 과학적·의학적으로 명확히 입증돼 있고, 설령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해도 담배는 충분한 기여인자로 질병의 발생과 악화를 촉진하기에 담배회사가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40년 이상의 임상 경험을 가진 호흡기내과 전문의인 그는 “소송대상자 중 흡연 외 암 발생의 위험요인이 전혀 없는 1467명을 분류·제출했기에 1심 판결에 대해 추가 증명했고, 이 사건은 충분한 역학적·의학적 근거 위에서 각 개인의 사례가 더해진 것으로, 의료 선진국 반열에 든 대한민국도 뒤늦게나마 인정돼야 할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어 “담배소송은 흡연 관련 질환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누수를 방지하고, 동시에 흡연폐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고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소송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 법원이 전과 같은 판결을 한다면 ‘흡연을 적당히 관리하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며 “이는 담배로 매년 국민 6만명이 사망하고 건보 재정이 3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나라에서 국민에게 전할 메시지는 아니다”고 했다.
한편 건보공단은 이날 변론에서 흡연과 폐암·후두암 발병 간 인과관계는 역학연구 결과를 토대로 인정돼야 하고, 의무기록 등 그간 제출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소송대상자 3465명의 개별 인과관계도 입증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1심에서 법원이 흡연과 암 발생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흡연력 외 질병 상태의 변화, 생활습관, 가족력 등 다른 개별적 사정들을 추가 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한 부분에 대해 객관적인 기록을 통해 구체적으로 증명했다.
건보공단은 또 최신 연구 논문, 전문가 의견서, 고도흡연자 질적 연구의 신뢰도 및 객관성 입증을 위한 연구자 진술서와 흡연 피해자 진술서를 증거로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