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검사 尹, 640분 동안 듣기만 했다?” 고도의 전략 [세상&]

“본인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질문에 맞는 답은 안해”
“10시간 동안 ‘공수처가 쥐고 있는 패’ 확인했을듯”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을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 영장 집행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대통령실 제공]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조사 첫날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질문지 파악에 주력, 향후 ‘작전회의’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공수처에 따르면 전날 윤 대통령에 대한 첫 조사는 오전 11시에 시작해 약 10시간 40분 만인 오후 9시 40분께 종료됐다. 공수처는 건강상 이유로 이날 오전 예정돼 있던 조사를 연기해 달라는 윤 대통령 측 요청을 받아들여 오후 2시부터 재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다시 입장을 밝혀 재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한 상태다.

전날 윤 대통령이 10시간 내내 입을 닫고 있던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수사의 불법성 등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은 했지만, 질문에 맞는 답은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장시간 동안 200페이지에 달하는 질문지를 모두 듣기만 하면서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 향후 변호인단과 일종의 변호전략인 ‘작전회의’를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관련이나 운동권 사건, 정치인 사건에 임하는 피의자들이 흔히 쓰는 방법”이라며 “체포 적부심 청구시 체포 시한이 정지돼, ‘시간끌기’로 향후 전략을 세울 시간을 확보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10시간 동안 이른바 ‘공수처가 쥐고 있는 패’를 확인했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 변호인 측은 “(윤 대통령이) 큰 틀에서만 답변을 하고, 개개 질문에 대해서는 변호인 의견서로 갈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은 조사가 끝난 뒤 조서 열람·날인을 하지 않았고, 윤 변호사가 대리인 자격으로 조서를 열람 후 날인했다. 피의자 본인이 날인하지 않은 조서는 향후 재판에서 증거로서 효력이 없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증거능력 배제를 시도해 최종적으로는 유죄를 증명하는 자료로 쓰이는 증명력 자체를 갖지 못하게 하려는 전략도 세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공수처가 조사한 질문지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검찰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먼저 재판에 넘긴 군경 수뇌부 9명의 공소장 등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됐다고 한다. 이들의 공소장은 목차를 포함해 ‘윤석열’이란 표현이 각각 90차례씩 언급될 정도로 윤 대통령 공소장을 방불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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