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바뀔까” 우려에…신통·모아타운 재개발 동력 잃어
신통기획 재개발지역으로 발표된 자양4동 일대. 홍승희 기자 |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2006년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양동에 재건축·재개발 대신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해 50층 아파트를 짓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땐 주민 동의율이 90%가 넘었었죠. 그러다가 서울시장에서 물러나는 바람에 완전히 죽 쓴 동네가 여기에요. 정치권에 데인 경험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자양4동 A공인중개사)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이 대두되자,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과 모아타운 등 재개발 추진 기대감도 사그라들고 있다. 성수동 재개발지구와 길 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있어 한강변의 신흥강자로 꼽히는 ‘자양4동이 대표적이다. ‘제 2의 성수동 트리마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다세대 주택이 평당 1억원을 훌쩍 넘겨서도 매매 거래가 이뤄졌지만, 지금은 거래가 중지된 상태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광진구는 신통기획으로 지정된 자양4동 57-90번지 일대에 대한 ‘주택재개발사업 행위제한 열람공고’를 지난해 말부터 지난 14일까지 진행했다. 광진구는 제한 사유에 대해 “정비계획을 수립 중인 구역에 대해 비경제적인 건축행위 및 투기수요 유입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행위제한은 기존의 낡은 주택들에 대해 구조나 외부 형태를 수선 또는 변경하지 말라고 금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양4동 일대는 뚝섬 한강공원, 성수 카페거리, 역세권 상관, 대학(건국대·세종대·한양대) 등 다양한 지역자원과 인접해 가격상승 여력이 풍부한 곳이다. 시는 신통기획으로 최고 50층 내외의 한강변 아파트 단지를 약 2950가구로 조성할 계획이다.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성수동과 청담동을 모두 마주보는 단지가 완성돼 ‘성수 5지구’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이같은 조건을 갖춘 자양4동에 구역지정의 사전 단계인 행위제한 공시가 진행되며 재개발이 진척되는 듯하지만,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임시 휴업상태’ 수준으로 거래가 중단됐다고 이야기한다. 2호선 건대입구역과 7호선 자양역 등 우수한 교통 입지덕에 학생과 직장인으로부터 전월세는 문의가 끊이지 않지만, 매수문의는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지은 지 40여년 된 2층짜리 단독주택(대지 지분 50여평) 물건이 16억5000만원에 매물로 나왔지만 ‘사겠다’는 연락이 없다는 전언이다. 단독주택의 경우 소유주가 가지고 있는 대지지분이 빌라나 다세대보다 많아도 분양 시 비슷하게 취급받는 단점이 있지만, 길 하나를 두고 건너에 위치해있는 성수동 트리마제의 국민평형(국평) 전용 84㎡의 최고 매매가가 45억원까지 치솟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매차익만 20억원 가까이 예상된다.
자양4동의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해당 물건은 3억원 이상의 상속세를 내야 하는 상속인들이 내놓은 급매 물건”이라며 “워낙 저렴하게 나온 급매라 팔리긴 하겠지만 3월까지 상속세 납부를 마쳐야 하는 매도인의 긴박한 사정상 가격은 여기서 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통기획 재개발지역으로 발표된 자양4동 일대. 홍승희 기자 |
단독주택 외에도 전용 9평짜리 빌라 매물이 9억원에 나왔지만, 이 역시 매수 수요는 없다. 해당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워낙 교통 입지가 좋아 월세는 매물이 나오는대로 소진되지만, 매매 물건은 재개발 앞날이 불투명한 만큼 거래가 끊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요가 줄어든 탓에 상가의 경우 평당 7000만원~8000만원 수준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시세가 형성돼있다.
이는 평당 1억원도 우습게 팔리던 지난해와는 반전된 분위기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자양4동 일대의 한 전용 4.4평짜리 빌라는 6억5000만원에 거래돼 평당 1억5000만원에 팔렸다. 전용 8평짜리 한 빌라도 9억6000만원에 거래돼 평당 1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자양동의 상황이 바뀐 건 현재 전개되고 있는 탄핵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과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까운 미래에 현 정권이 교체될 시 서울시의 재개발·재건축 정책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권 출마 여부에 따라 일시적으로 활발해졌던 서울시내 정비사업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 ‘거래 급감’이라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서울시 재정비 사업은 서울시장의 기조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며 “과거 이력을 보면 뉴타운 사업이 이미 진행된 것 이외에는 모두 폐지될 정도로 전면적으로 바뀐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관심이 벌써 차기 대권후보로 쏠리고 있다”며 “시행인가를 받은 곳들과 그렇지 못한 곳들의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자양동의 경우 신통기획 조합 설립에 필요한 법적 요건 75% 초과 동의율을 얻을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대지지분이 큰 주택이나 꼬마빌딩 등 상가를 보유한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자양4동은 특히 부동산을 세 놓아 임대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장년·노년층 비중이 높은 편이다.
자양동 인근 B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건물을 팔고자 하는 이들은 모두 원주민들의 2세인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건물을 몇 채씩 가지고 있는 다물건자들이 팔고싶어도 팔 수가 없는 악조건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