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금·예내리 300가구 피해 호소…예내정수장에서 취수
봉래면 주민이 설치한 싱크대 필터가 녹물로 인해 금방 까맣게 변색되고 있다. |
봉래면에 사는 가정집 욕실 세면대에 누런 녹물이 쏟아지고 있다. |
[헤럴드경제(고흥)=박대성 기자]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가 입지한 주변 마을 식수원에서 누런 탁수 (흐린물) 현상이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주민들이 수개월째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고흥군과 주민들에 의하면 봉래면 외나로도 일대 예내리와 신금리 일원에서 지난해부터 수돗물에서 녹물이 나와 300여 가구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군청에서는 민원이 발생할 때마다 해당 가정집을 방문해 긴급 보수공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땜질식 처방에 그치고 있어 근본적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봉래면 주민 김모 씨는 “2주 전에 세면대 물을 틀었는데 노랗게 나오는 등 날마다 그런 건 아니지만 한 번씩 이런 현상이 생긴다”면서 “샤워기랑 싱크대에 6000원짜리 필터를 끼웠는데 며칠 만에 까맣게 돼 버려 이것도 한두 번이지 매번 비용이 나가는 데 옆집도 마찬가지라고 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김씨는 이어서 “고흥 내륙에 살 때는 주암댐(순천) 물을 끌어다 식수로 사용해 이런 문제가 없었는데 나라도(나로도) 섬으로 이사 오니 이곳은 자체 정수장에서 취수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거 아닌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예내정수장에는 청원경찰 2명이 근무 중이다.
신금리 신축 주택에 사는 주민 조모 씨도 “평상시에는 괜찮다가 갑자기 예고도 없이 녹물이 나오는 현상이 작년 6월 이후 계속되고 있어 빨래도 녹물이 배어 나오는 등 불편하다”면서 “밥 지을 때 생수로 짓고 정수기도 사용 못하고 식수도 생수를 사다 먹고 있으며 우리 집만 그런게 아니고 옆집에도 물어보니 자기네들도 마찬가지라고 하는데 군청에서 백방으로 뛰는 것은 알겠지만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봉래면 주민 유모 씨는 “만약에 군수님 사는 집에서 녹물이 나왔다면 즉각적으로 대책을 세우지 않았겠냐. 비서실장한테도 따졌는데 고압적이더라”며 “외나로도 주민들이 연세가 많은 노인이 대다수라서 참고 사는 것일 뿐 다들 불만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봉래면은 외(外)나로도와 애도(쑥섬), 사양도로 이뤄진 행정구역이며 무엇보다도 나로우주센터와 나로도연안여객선터미널이 자리 잡고 있어 외지 관광객도 많이 찾는 섬이다.
봉래면 주민들은 섬 자체 정수장인 예내정수장의 구조적인 한계를 지적하며 육지처럼 주암호 물을 공급해 주거나 노후 관로 교체 작업 등의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섬 주민들은 수도 요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는 똑같은 군민들인데 불이익을 주는 군청의 상수도 행정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군청에서는 녹물 민원이 나올 때마다 현장에 즉각 출동해 흙탕물 탁도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먹는 물의 법정 기준치인 0.5NTU를 초과한 사실도 확인했으나 근본적인 원인 진단과 해결책에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고흥군 상하수도사업소 관계자는 “관로에 석회질이 붙어 있다가 공사를 하거나 예내정수장에서 물을 내보낼 때 낙차에 따른 가압·감압에 따른 관로 유동 시 일시적으로 탁수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관 세척과 이토(泥土·녹물을 흘려 내보냄) 작업을 하면 금방 좋아져 민원해결이 됐었다”면서 “올해부터 예산이 배정돼 노후 관로 교체 작업도 실시하는 등 깨끗한 물을 내보내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