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퀀텀 레디’ 발표에 양자컴株 재반등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분주히 일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근원치가 예상에 부합하자 물가 불안이 누그러지면서 뉴욕증시가 달아 올랐다.
테슬라를 비롯한 자동차, 반도체, 양자컴퓨터 관련주의 상승과 금융주의 강세가 두드러지며 증시를 견인했다.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시장 전반에 위험 선호 심리가 강화된 점도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15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03.27포인트(1.65%) 뛴 4만3221.55에 거래를 마감했다.
S&P 500지수는 전장보다 107.00포인트(1.83%) 급등한 5949.91, 나스닥종합지수는 466.84포인트(2.45%) 뛴 1만9511.23에 장을 마쳤다.
소비자물가 지표의 일부 수치가 둔화 흐름을 가리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을 자극했다.
미국 노동부는 12월 CPI가 전월 대비 0.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와 작년 11월 수치 0.3% 상승을 모두 웃도는 수치다.
하지만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12월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예상치 0.2%에 부합하는 동시에 직전월 수치 0.3%보다 둔화했다.
근원 CPI는 줄곧 0.3% 상승률을 이어오다 5개월 만에 둔화했다. 헤드라인 수치는 더 뜨거워졌지만, 물가의 기저 흐름은 둔화를 가리켰다는 점에 투자자들은 반색하며 매수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다.
야누스핸더슨인베스터스의 존 커슈너 미국 증권화 상품 총괄은 “전날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이날 CPI까지 두 개의 물가 지표가 예상치를 약간 밑돌면서 시장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며 “아마도 가장 중요한 점은 일부 시장 참가자가 성급하게 반영하기 시작한 금리인상 가능성을 이날 CPI가 배제했다는 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국 기업들의 4분기 실적 발표로 주가도 탄력을 받았다. 골드만삭스는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호실적을 내놓은 뒤 주가가 6% 이상 뛰었다. 골드만삭스의 4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EPS)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JP모건체이스도 지난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늘고 순이익은 50% 급증했다는 소식에 강세를 보였다. 주가도 2% 가까이 올랐다.
씨티그룹과 웰스파고도 모두 매출과 EPS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자 주가가 6% 이상 급등했다.
빅테크 기업인 ‘매그니피센트7’ 종목도 모두 주가가 뛰었다.
테슬라는 8% 이상 올랐으며 엔비디아와 메타플랫폼스, 알파벳은 3%,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은 2% 이상 상승했다. 애플도 1.97% 올랐다.
양자컴퓨터 관련주는 MS가 발표한 ‘퀀텀 레디’ 프로그램과 엔비디아가 오는 3월 GTC에서 ‘퀀텀 데이’를 통해 양자컴퓨팅의 미래를 조명하겠다고 밝힌 점에 힘입어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아이온큐33.48%, 퀀텀컴퓨팅 55.45%, 퀀텀 코퍼 49.49% 등 대부분의 관련 종목이 두 자릿수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양자컴퓨팅 기술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이번 급등세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다.
반도체 섹터 역시 전반적인 강세를 보였다. 엔비디아는 키방크의 목표주가 상향 발표에도 매출 하향 조정 우려가 일부 제한적인 상승으로 이어졌으나, 국채 금리 하락에 따른 매수세 유입으로 반등했다.
마이크론도 5.99%, AMD 3.33%, 퀄컴 3.06%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이 강세를 보이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2.13% 상승했다. 그러나 ASML은 네덜란드 정부가 자사 제품 수출에 대해 추가 승인을 요구한다는 소식에 -1.36% 하락했다.
이날 공개 발언에 나선 주요 연준 인사는 12월 CPI를 호평했다.
토마스 바킨 미국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2월 CPI는 우리가 이어온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틴 굴스비 미국 시카고 연은 총재는 12월 CPI에 대해 “어느 정도 고무적이고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다”면서도 최근 몇 달간의 지표가 진전을 보여줬고 주택 물가가 서서히 진정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미국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고 새 행정부 출범에 따른 정부 정책의 잠재적 변화 가능성이 커졌다며 “향후 통화정책 경로는 신규 경제지표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