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가 질량유량계 설치…확산 기대
“기항 신뢰도 높여야 친환경 선박연료 탄력”
선박. [연합]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친환경 선박연료 전환이 빨라지는 가운데 ‘정량공급’ 제도화 추진 현황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정유사 등 민간이 참여한 선박연료 정량공급 1차 시범사업이 완료된 가운데, 정부는 관련법 세부 규정 마련을 진행 중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석유관리원 주관으로 GS칼텍스, 해양수산부, 부산항만공사 등 협약기관이 비용을 자체 부담한 ‘선박연료 정량공급 1차 시범사업’이 완료됐다. 현재 해수부는 정부 예산을 확보해 2차 시범사업을 공모 중이다. 이 사업은 선박급유업 분야에서 해묵은 ‘정량공급’ 문제를 풀기 위해 추진됐다. 선박운항비에서 연료비는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그러나 정확한 급유량 측정이 사실상 어렵고, 선박마다 급유량 측정 방식이 다르며 온도·습도·공기주입·선박의 기울기 정도 등에 따라 오차가 있었다.
1차 시범사업에선 벙커링(선박유 공급) 시장에 참여하는 주요 정유사가 급유선박 1척에 연료 정량 측정기계인 MFM(질량유량계)을 설치해 관련 시스템 운영을 지원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시장은 정량공급을 확산하기 위한 초기 단계 수준”이라며 “MFM 시스템은 급유선은 물론 급유를 받는 선박에도 설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범사업을 통해선 동절기 MFM 열선을 감싸거나, MFM 설치기간에 발생하는 급유선 영업손실 최소화할 필요성 등이 제기됐다. 사업 협의체에선 이런 문제점에 대한 해결도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MFM 등이 적용되지 않았던 기존에는 정유사로부터 급유 지시를 받은 해상면세유를 외항선박에 모두 급유하지 않고 일부를 빼돌리는 꼼수가 비일비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빼돌린 해상면세유는 브로커를 통해 해상유 판매대리점에 싸게 팔아 넘기고, 대리점이 이를 주유소 등에 되팔면 주유소는 이를 섞은 가짜 석유를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식이다. 결국 선박 소유자, 국내 항만업계 신뢰도에 피해를 끼쳐, 정량공급 제도화는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 주목돼왔다.
아울러 정량공급을 통한 기항(선박이 항해 중 목적지가 아닌 항구에 들르는) 신뢰도를 높여야 친환경 선박연료 산업 또한 탄력받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재 친환경으로 전환되는 선박연료 산업의 성장을 위해선 국내 급유업의 신뢰도가 갖춰져야 한다”며 “정유·급유업계가 모두 적극 참여해 정책적으로 정량공급을 도입시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발간한 글로벌 선사의 미래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망 확보 전략 조사에 따르면 바이오 선박연료 시장 규모는 2024년 39억달러에서 2034년 80억달러에 이르는 등 연평균 7.3%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해외에서 정량급유가 제도화된 곳은 싱가포르 정도다. 싱가포르는 세계 최대 선박벙커링 항만으로, 약 8년간의 실증시험 등을 거쳐 지난 2017년 MFM 설치 의무화 제도를 도입했다. 유럽 최대의 선박벙커링 항만인 로테르담(네덜란드), 앤트워프-브뤼헤(벨기에)도 2026년부터 300GT 이상 벙커 바지선을 대상으로 설치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시범사업과 연계해 제도화가 추진되고 있다. 현재 외국항행선박에 연료를 공급하는 선박연료공급업자의 연료 공급량 측정을 의무화하는 게 골자인 항만운송사업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 단계에서 계류 중이다. 정부는 법 통과 이후에도 시범사업을 통해 세부 법령 검토 및 업계와의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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