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땐 野가 與 크게 앞서
“당시는 문재인·반기문·안철수 3강”
“현재는 강력한 민주당, 이재명”
“비상계엄에서 대선국면으로…”
![]() |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다. [연합]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한 달을 넘어선 가운데 여야 정당 지지도가 접전 양상을 보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연달아 발표됐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때의 추이와는 극명한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 및 정치권 관계자들은 보수 지지층의 적극적인 의견 표출로 이른바 보수 과표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이를 이끌어내게 된 배경엔 2017년에는 부재했던 ‘압도적 야권 대선주자’와 ‘여당의 결집’이 있다고 분석한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의 지지도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수준으로 복원된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한국갤럽이 이달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 대상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4%로 집계됐다. 더불어민주당은 36%로 두 정당 간 차이는 오차범위 내에 있다. 이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전(11월 4주차) 조사에서 집계된 국민의힘(32%)과 민주당(33%) 지지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직후 조사에서는 27%(12월1주차), 24%(12월2·3주차)로 내림세였다.
다른 여론기관의 최근 조사에서도 유사한 추세의 결과가 발표됐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이달 9~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6명 대상 전화면접방식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40.8%)과 민주당(42.2%)의 지지율은 지난해 9월 이후 16주 만에 오차 범위 내로 좁혀졌다.
계엄 직후(12월2주차) 조사에서 26.7%포인트(p)까지 벌어졌던 양당 간 지지율의 차이는 이후 4주 연속 내리 줄어들었다. NBS가 6~8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국민의힘(32%)과 민주당(36%) 간 지지율 차이는 4%p였다. (세 조사 모두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이는 지난 2016년 12월 9일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 2017년 1월 1·2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선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2주 연속 1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민주당은 각각 40%, 41%를 기록해 큰 차이로 여당의 지지율을 앞섰다. 리얼미터가 실시한 조사에선 새누리당 지지율이 15.5%(1월1주차), 16.2%(1월2주차)로 각각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두 대통령의 탄핵정국을 비교했을 때 돋보이는 차이점으로 압도적인 야권 대선주자의 존재 여부를 꼽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일극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12·3 비상계엄 사태 전부터 야권 대선주자로서 앞서 달리고 있다는 점이 앞선 박 전 대통령 탄핵정국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016년 12월까지만 해도 문재인, 반기문, 안철수 3자가 선두권에 있었다”며 “현재는 당시보다 강력한 민주당과 압도적인 지지율이 있지만 그만큼 비호감도도 높은 이재명이 있다”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최근 지지율에는 2개의 변곡점이 있었는데, 지난달 27일 민주당의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와 1월 초부터 몰아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시도가 맞물려 일각의 윤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과 야권에 대한 반발심이 생겼다”라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100% 잘못된 것이지만, ‘그렇다면 이재명은?’이라는 의문도 함께 일고 있다”라고 했다.
비상계엄 사태에서 이어진 탄핵정국에서도 국민의힘이 분열되지 않았다는 점도 2017년과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이제는 계엄 국면에서 대선 국면으로 전환이 된 상황”이라며 “국민의힘은 버티고 있고, 극우세력까지 결합하면서 보수층이 돌아올 수 있는 근거지를 마련했다”라고 했다.
박 대표는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정국 당시에는 여당 자체가 분열하면서 보수층 지지자들이 자신감을 잃었던 측면이 있다”라며 “지지를 하려고 해도 근거지가 허물어져 버렸던 것”이라고 말했다. 양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