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없이 길텄다…‘윤석열 체포’ 막후엔 서동요 뺨치는 경찰 ‘심리전’

15일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경호처 저항 없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나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대통령경호처가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2차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저항 없이 길을 열어주는 모습을 보이며 사실상 협조했다.

이날 경호처는 지난 3일 1차 집행 당시 경호처 요원들과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 병력들이 수사관들의 진입을 막아섰던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날 새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수사관들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경호처 요원들의 특별한 저항은 없었다. 예상과 달리, 수사관들은 1·2·3차 저지선을 무리 없이 통과했다.

1차 저지선에서는 사다리를 이용해 버스를 넘어섰고, 2차 저지선은 버스 차벽을 피해 우회했다. 3차 저지선 역시 버스로 막혀 있었으나 철문 옆 초소를 통해 진입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경호처 요원들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수사관들이 1차 저지선에 설치된 철조망을 절단하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제지가 없었다.

현장에는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공수처와 사전 협의를 진행한 경호처 인력이 일부 배치됐을 뿐이었다. 대부분의 경호관들은 관저 내 대기하거나 휴가를 사용해 집행 저지에 나서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실시된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경호처 차량 등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

경호처 내부에서는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 등 일부 지휘부는 영장 집행을 무력으로라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경호관들에게 “불법 영장 집행에 강력 대응해야 한다”며 여론전을 펼쳤지만, 대부분의 경호관들은 이에 동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 관계자는 “이번 집행을 막지 말아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많았다”며 “경호 대상자의 신변 안전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입장은 변함없다”고 설명했다.

경호처는 윤 대통령이 호송차나 자체 경호 차량을 이용해 공수처 조사실로 이동할 경우 기존과 동일한 근접 경호를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윤 대통령측 변호인단 및 경호처(왼쪽)과 공수처,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연합]

이번 영장 집행이 무력 충돌 없이 진행된 배경에는 경찰 특별수사단이 사전에 진행한 심리전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 특별수사단은 지난주 박종준 전 경호처장과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며 경호처 내부의 온건파와 강경파 간 분열을 감지했다.

이후 특별수사단은 영장 집행에 협조하는 직원들에게는 선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는 동시에, 저지하는 직원들은 현행범으로 체포해 여러 경찰서로 분산 수송해 조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례적으로 작전 계획을 공개하며 경호처 내 저항 의지를 약화시키는 전략을 펼쳤다.

공수처도 관저 진입 시 현장에 “영장 집행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을 방해할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는 안내문을 설치하며 경고 조치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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