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원화 표시 외평채 발행…올해 총 20조원

임시공휴일 지정에 발행일 24일→23일
세수펑크에 외평기금이 구원투수로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이달부터 본격 발행되는 원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의 경쟁입찰을 23일 실시한다. 원화 표시 외평채가 발행되는 건 지난 2003년 이후 22년 만이다. 2년 연속 세수펑크 여파로 줄어든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의 탄력적 운용과 수지 개선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23일 8000억원 규모의 원화 표시 외평채 경쟁입찰을 실시한다고 16일 밝혔다. 당초 계획상 입찰일은 24일이었으나, 대금납입일이 임시공휴일(27일)과 맞물리게 되면서 일정을 하루 앞당겼다.

연간 발행한도는 총 20조원으로 연간 발행량의 12~15%는 1분기에, 40~45%는 상반기에 발행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이번에 발행하는 외평채는 모두 1년물이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와 원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연합]


외평채는 외환시장 안정을 목적으로 정부가 발행·보증하는 일종의 국채다. 외평채 발행을 통해 외평기금에 쌓이는 자금은 외화(달러)와 원화 자산으로 구성된다. 외환 당국은 달러당 원화값이 상승하면 달러 표시 외평채를 발행하고, 달러당 원화값이 하락하면 원화 표시 외평채를 발행해 외평기금에 쌓을 자금을 조달한다.

이에 지금처럼 강달러 현상이 두드러진 상황에서 연간 20조원 규모의 원화 표시 외평채 발행은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달러 표시 외평채를 발행해 외평기금에 쌓을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평채 발행이 추가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 상승폭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 2003년 마지막으로 발행됐던 원화 표시 외평채가 22년 만에 다시 부활한 데는 세수 결손 사태의 영향이 크다. 기재부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세수펑크’ 사태에 직면하면서 그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외평기금 내 원화 재원을 끌어다 썼다. 2023년에는 24조원을, 지난해에는 최대 6조원을 동원했다.

이미 대규모 자금을 끌어쓴 탓에 지난해 외평기금만큼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게 당초 정부의 입장이었지만, 지방재원 감소에 대한 우려 속에 외평기금은 또 한 번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많이 끌어다 쓴 만큼 원화를 도로 채워놔야 추후 환율 변동기에 외평기금이 ‘외환 방파제’라는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지난 20여년 간은 외평기금 내 원화를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으로부터 빌려 채워왔다. 하지만, 공자기금은 주로 10년 물 국고채로 조달해 금리가 높은 편이다. 원화 표시 외평채는 1년물 등 단기물 위주여서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다.

앞서 기재부는 “향후 원화 표시 외평채 도입을 통해 연간 약 1000억원 내외의 이자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면서“이를 통해 국가재정 부담에 이바지하고 외평기금이 외환시장 변동성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18조원 규모의 원화 표시 외평채 발행계획을 세웠지만 국회 입법이 늦어지면서 올해로 발행 일정을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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