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잡스’ 박재민, “무너져갈 때 식스팩이 내 토템이었다”.

박재민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르네상스형 인간’인 만능 방송인 박재민이 매거진806 박성운이 진행하는 ‘806 초대석’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인생의 굴곡과 성장 스토리를 고백했다.

비보이, MC, 교수, 번역가, 해설위원까지 10개의 직업을 가진 그는 위기의 순간마다 자신을 지탱해준 철학과 재기까지의 과정을 진솔하게 털어놨다.

박재민은 이번 인터뷰에서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4가지 핵심 가치를 전했다. ▲“재능은 주머니와 같다”는 말로 여러 재능을 버리지 말고 ‘쉬게’ 하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식스팩은 내 삶의 토템”이라며 가장 힘든 시기에도 자신만의 버팀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속도보다 방향”이라는 말로 올바른 방향으로 꾸준히 가면 기회가 온다는 점을 설명했고, ▲“용기가 안 나도 티내지 마”라는 말로 두려움의 표현보다 극복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박재민은 2012년 SBS ‘짝’ 출연 이후 예기치 않은 사적인 해프닝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며 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짝’이 있는 사람이 ‘짝’에 나온 것 아니냐는 구설에 올랐다.

그는 관악산의 한 절로 들어가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아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 동안 유일하게 놓지 않았던 것이 있어요. 바로 식스팩이었죠.”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시작한 복근 운동은 30년 넘게 그의 정체성이 되어주었다.

“지금도 하루 800개의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어요. 이것이 제 삶의 마지막 버팀목이었죠. 마치 영화 ‘인셉션’의 토템처럼, 현실을 확인하는 도구였습니다.”

2017년, 방송가에서 또 한 번의 시련이 찾아왔다. 소속사 임원의 결혼식 사회를 무보수로 본 후 “다음에는 식사라도 대접받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가 예기치 않은 결과를 맞았다.

“다음 주에 모든 방송에서 하차 통보가 왔어요. 마치 회사를 다니다가 퇴사한 게 아니라, 아예 그 업계 자체에 발을 들이지 말라는 통보를 받은 것 같았죠. 모든 문이 닫혀버린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위기는 새로운 기회가 되었다. 2009년 취득했던 국제심판 자격증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해설위원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 것이다.

“처음에는 거절했어요.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KBS의 삼고초려 끝에 수락했죠.”

현재는 스노보드, 브레이킹 등 다양한 종목에서 시즌별로 심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 분야에서 닫힌 문이 다른 분야의 기회로 이어졌어요. 마치 헬렌 켈러가 말한 것처럼, 한 扉(비, 사립문)가 닫히면 다른 扉가 열리는 법이죠.”

박성운과 박재민(오른쪽)


유재석이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 붙여준 ‘십잡스’라는 별명은 그의 인생을 바꿨다. “그전까지는 집중을 못하는 사람으로만 보였어요. 재석이 형이 그렇게 불러준 후로 여러 분야에서 골고루 잘하는 사람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됐죠.” 이를 계기로 그는 자신의 다양한 이력을 에세이(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다 보니)로 펴내기도 했다.

“고등학생도 읽을 수 있는 수준으로, 제가 여러 직업을 하면서 느낀 가치관들을 담았습니다.”

INFP 성격의 그는 계획 없이 사는 것의 장점도 강조했다. “저는 계획이 없어요. 대신 시즌제로 일을 합니다. 겨울에는 스노보드 심판, 다른 시즌에는 브레이킹 심판, 영화가 있을 때는 연기에만 집중하는 식이죠. 반죽을 천천히 하다 보니 새로운 재료를 넣을 수 있었어요. 속도전에 매몰되지 않으니 오히려 다양한 기회가 찾아왔죠.”

박재민은 현대 사회의 획일화된 성공 공식에 대한 새로운 대안도 제시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여러 개의 재능 주머니를 가지고 있어요. 김연아 선수처럼 하나에 몰빵된 재능을 가진 사람도 있고, 저처럼 여러 개의 작은 재능을 가진 사람도 있죠. 중요한 건 그 주머니들을 버리지 않는 거예요. ‘관뒀다’가 아니라 ‘쉬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10년이든 20년이든 쉬었다는 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니까요.”

한편, 매거진806의 ‘806 초대석’은 매주 각계각층의 주목할 만한 인물을 초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진행을 맡은 박성운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의 통찰력과 부드러운 진행으로 게스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끌어내며 호평을 받고 있다. 본 방송은 매거진806 공식 채널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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