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둔화, 경기 하방압력 증가”

정부 새해 첫 그린북
비상계엄 여파, 더 어두워진 전망
“필요시 추경으로 경기 보완 강구”


정부가 새해 첫 경기진단에서 “고용이 둔화하고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가계와 기업의 경제심리 위축 등 하방위험 증가가 우려된다’는 진단보다 더 나빠졌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12월 고용 지표가 46개월 만에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 전환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기획재정부는 17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에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 등으로 고용이 둔화하고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달 경기 진단과 비교하면 ‘고용 둔화’ 진단을 추가하면서 경제 상황 우려를 강조했다. 지난해 높은 고용률 등을 부각하며 긍정적 평가를 해온 점과 대비된다.

경기 하방 압력도 ‘우려가 있다’라는 표현 대신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해 부정적 경기 전망에 더 힘을 실었다. 지난달 ‘경기 회복’ 문구를 14개월 만에 삭제한 데 이어 한층 더 어두운 경기 진단을 내놓은 것이다.

세계 경제와 관련해서도 “전반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한 가운데 통상환경 변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달 정부의 잿빛 경기 진단에는 지난 15일 발표된 고용동향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취업자는 전년보다 5만2000명 감소하면서 3년 10개월 만에 처음 뒷걸음질 했다.

질적으로도 고용 상황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되는 제조업 취업자의 감소폭(-9만7000명)이 커졌고 최악의 불황을 겪는 건설업 취업자도 큰 폭의 감소세(-15만7000명)를 이어갔다.

실업자가 큰 폭(17만1000명)으로 늘면서 실업률(3.8%)은 0.5%포인트 상승했고 ‘쉬었음’ 등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세가 계속되면서 고용률(61.4%)은 0.3%포인트 하락했다.

고환율 등 여파로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지는 모습이다.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1.9%)은 1%대를 유지했지만 전달(1.5%)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지난달 물가 상승은 고환율 탓에 상승세로 전환한 석유류(1.0%)가 견인했다. 최근 고환율 기조는 앞으로 2∼3개월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 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장기 부진을 겪어온 내수는 정치 불안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12월 속보 지표를 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전달(100.7)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 역시 11월 62.4에서 지난달 53.7로 급락했다.

할인점 매출액은 1년 전보다 3.0% 줄며 3개월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도 지난 달 26만2000명을 기록하며 전달(37만3000명)보다 줄었다. 지난해 10월(54만4000명) 이후 두 달 연속 감소세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연말 특수가 사라진 점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컨트롤타워로 관계기관이 공조해 2025년 경제정책방향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하방 압력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여부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정책방향에 언급한 것처럼 재점검한 후에 필요시에 추경 경기 보완을 강구하겠다”고 답했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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