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중기, 대출 연체율 2년 연속 상승

은행 작년 평균 연체율 0.2%P↑
최고연체율 0.71%…7년만에 최대
파산 신청도 1745건…2023년 추월
PF사태에 고금리·고환율 삼중고



지난해 어려운 경영 환경에 시중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2년 연속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 최고연체율은 7년 만에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도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이 예상되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은 관련 부실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KB금융·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분기 말 기준 평균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최소 0.39%, 최고 0.71% 수준이었다. 2022년 이후 모든 은행에서 연체율이 2년 연속 올랐다. 2년간 최소 0.14%포인트, 최고 0.41%포인트 올랐다.

특히 은행별로 최고연체율은 지난해 0.71%를 기록해 2017년 0.72% 이후 7년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5대 은행의 연체율은 2016년과 2017년 각각 0.47~1.04%, 0.34~0.74% 수준이었다. 이후 내림세를 보이다가 2022년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어려운 경영환경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늘면서 은행 연체율도 덩달아 오른 것이다.

법인 파산도 급증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11월 누적 전국 법원 법인 파산 사건 접수 건은 1745건이었다. 역대 최다였던 2023년 전체 건수(1657건)를 이미 넘었다. 법인 파산 선고도 1514건으로 작년 전체 건수(1302건)보다 16.3%가량 늘었다.

지난해 중소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악화한 배경으로는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사태와 고금리, 고환율 등이 꼽힌다. 2023년 말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이후 여러 PF 관련 프로젝트가 제동이 걸리면서 중소 건설사들의 비용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부동산 PF 대출 심사 강화에 자금 조달도 어려워지면서 피해가 일파만파 불어났다.

건설업계뿐만 아니라 하청업체, 자재 공급 업체 등 관련 중소기업계 전반에 연쇄적인 손해를 끼쳤다.

이에 더해 고금리, 고환율 상황도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가중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의 중소기업 신용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최저 5.16%, 최고 6.26%였다. 9월 말(5.11~6.06%)과 비교하면 최대 0.2% 올랐다. 10월과 1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이어 낮췄지만, 오히려 대출금리는 소폭 오른 셈이다.

여기에 높은 원/달러 환율도 중소기업에 ‘독’이 됐다. 특히, ‘비상계엄’ 이후 환율이 급등한 뒤 중소기업들은 정상적인 사업조차 어려워진 실정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초 1400원 선에서 계엄 이후 급등한 뒤 1450~1460원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특히, 수입 업체들의 경우 같은 제품을 더 비싸게 들여오는 상황이라 손해가 막심한 상태다. 치솟은 환율에 손해를 보고서라도 대금 지급을 늦추는 수입업체들도 수두룩한 실정이다.

중소기업 업계에서는 올해도 경영 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경영환경이 호전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17.2%에 그쳤다.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악화할 것이라고 예상한 기업은 각각 59.7%, 23.1%에 달했다.

중소기업 경영이 악화되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유보분을 활용해 중소기업에 대한 한시 특별지원을 현행 9조원에서 14조원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계엄과 연이은 탄핵 국면에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도미노로 무너질 수 있단 우려가 커지는 데 따른 조치다.

시중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경기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중소기업은 상시 대응 체계를 가동해 취약 부문에 대한 집중 관리 및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할 것”이라며 “부실 발생을 억제하고, 충분한 충당금 적립을 통해 위기대응력을 높여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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