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은 전 부회장, FI투자 유인↓
연초 한화그룹이 단체급식 업체 아워홈 경영권 인수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분 100% 인수를 원하는 만큼 고(故) 구자학 회장의 4남매에 분산돼 있는 물량을 모두 사들일지 주목되고 있다.
한화 측은 2대주주인 구지은 전 부회장을 설득하지 못했지만 1대주주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협상이 진전된 만큼 승산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구지은 전 부회장 역시 매각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지분 100%를 1조5000억원에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인수 대금의 절반은 인수금융을 일으키고 나머지는 한화 측에서 5000억원, 재무적투자자(FI)로 확보한 IMM크레딧솔루션(ICS)이 2500억원을 부담할 계획이다.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M&A에 드라이브를 거는 가운데 그룹 내 한화비전도 인수 자금을 보탤 예정이다.
현재 아워홈의 경영권 지분은 구자학 회장의 4남매들이 나눠서 소유 중이다. 장남이자 1대주주인 구본성 전 부회장 몫이 38.6%이며 구미현 회장 19.3%, 구명진 씨 19.6%, 구지은 전 부회장 20.7%다.
시장에서는 한화가 구명진 씨와 구지은 전 부회장이 소유한 40.3% 인수 성공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아워홈 지배주주는 의결권이 양분된 상태다. 장남-장녀와 차녀-넷째가 매각을 두고 의사가 엇갈리고 있다. 장남-장녀 측은 한화에 아워홈 지분 매각을 원하는 반면 차녀-넷째는 아워홈 경영권을 지키길 바란다. 구체적으로 작년까지 아워홈 경영에 몸담았던 구지은 전 부회장이 경영권을 희망하는 상태다.
매각 주도권이 1대주주 측에 있는 만큼 구지은 전 부회장의 셈법은 간단하지 않다. 한화가 경영하는 아워홈에 주주로 남아 있을 유인이 낮고 그렇다고 1대주주 측 매각 세부 조건을 모르는 상황에서 함께 팔기엔 아쉬울 수 있는 입장이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장남-장녀가 소유한 지분에 대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권리 행사가는 한화가 장남-장녀 측에 제시한 가격과 동일하다. 이를 감안하면 8600억원가량 필요하다. 해당 대금은 인수금융에 대부분 의존하고 일부 자금은 사모펀드(PEF) 운용사로부터 조달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지만 문제는 거래 구조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경영권’을 갖길 희망하는 만큼 사실상 담보인정비율(LTV)이 100%에 달하는 거래를 원하는데 PE가 이 같은 거래에 참여할 유인이 낮다는 분석이다. FI를 확보하지 못하면 한화 측에 매각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은 부재하다는 평가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아직 협상 테이블에 공식 참여하기 전이지만 한화그룹은 구본성 전 부회장 측과 계약서 막바지 작업을 밟고 있다. 이르면 내달 초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예상되고 있다.
한화 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워홈 인수에 공들이고 있다. 김동선 부사장은 아워홈 인수를 통해 서비스사업 내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만들고 푸드테크 등 신사업 확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시장 관계자는 “구지은 전 부회장은 다양한 투자자를 만나면서 우선매수권 행사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라며 “다만 한화 측에서 제시한 아워홈 인수 가격에 상당한 프리미엄이 더해져 있어 구지은 전 부회장 측 FI는 비가격적 조건이 유리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마땅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아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