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장교에 “사람 새X도 아니다”…이 정도는 모욕 아니다 [세상&]

모욕 혐의
1·2심 유죄…벌금 100만원
대법, 무죄 취지로 뒤집어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생활관에서 후배 장교에게 “사람 새X도 아니다”라고 했더라도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피해자가 불쾌감을 느낄 순 있어도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다고 보긴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최근 대법원은 거친 말 한마디로 인한 모욕죄 성립을 제한하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모욕 혐의를 받은 A(36)대위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A대위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A대위와 피해자는 육군 남수단 재건지원단에서 함께 근무하던 사이였다. A대위가 한 기수 선배였다. 그는 평소에도 피해자가 선배들에게 무례한 태도를 보인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은 2021년 9월 밤 11시께 생활관에서 발생했다. A대위는 다른 장교들이 함께 있던 자리에서 피해자에게 “이 새X는 사람 새X끼도 아니다”, “나는 사람 한 번 아니면 아니다”, “나 한국 돌아가면 저 새X 가만 안 둔다”라고 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군검찰은 A씨에게 형법상 모욕죄를 적용했다.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했을 때 성립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있던 자리에서 피해자를 특정해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 또는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언사를 했을 때 성립한다. 처벌 수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재판 과정에서 A대위는 무죄를 주장했다. A대위 측은 “단순히 당시 상황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거나, 무례한 언동을 한 정도에 그친다”며 모욕성 발언까진 아니라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유죄였다. 1심을 맡은 군사법원은 지난해 5월, A대위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1-1형사부(부장 한창훈)도 지난해 9월 1심과 같이 벌금 100만원을 택했다.

2심 재판부는 “당시 발언은 피해자를 비하하고 경멸하는 욕설 섞인 표현”이라며 “피해자의 선배 및 후배 장교들에게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평가를 저하시킬 위험이 있는 모멸적인 표현”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하급심(1·2심)의 유죄 판단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뒤집혔다.

대법원은 “A대위가 피해자에게 부정적인 표현을 했다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발언의 내용이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거나 인격을 허물어뜨릴 정도로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표현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불쾌감을 느낄 정도의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불편한 감정을 나타낸 정도의 표현으로 보인다”며 “객관적으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원심(2심)은 법리를 오해해 모욕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잘못이 있다”며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다시 재판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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