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대한민국 정부가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첫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항소3-1부(부장 이중민·김소영·장창국)는 17일 응우옌 티탄(64)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항소 기각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한국 정부는 응우옌씨에게 3000만 1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응우옌 씨는 1962년 2월 남베트남 퐁니 마을에 가족과 거주 중이었다. 응우옌 씨는 당시 7세였다. 응우옌 씨는 당시 대한민국 국군 해병 제2여단 1대대 1중대 부대원들이 마을을 공격해 모친(당시 34세)과 언니(당시 11세), 남동생(당시 5세)이 살해되었고, 자신과 오빠(당시 15세)는 총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퐁니 마을을 공격한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국군으로 위장한 북한군이나 베트콩 또는 북베트남군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돼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도 했다.
1심 재판부와 항소심 재판부는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항소심 재판부는 ‘위장 공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병 제2여단의 일일보고와 작전상보 등 주월한국군 작성 자료, 퐁니 마을 주민의 진술 등 증거를 종합할 때 해병 제2여단 1중대가 작전 수행 중 퐁니마을에 진입해 총과 총검 등으로 공격해 살상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인접 지역에서 작전 중이던 미국 해병 부대원과 남베트남 민병대원, 해병 제2여단 1중대원 등의 진술 등도 증거로 인정했다.
퐁니마을 진입 후 교전상황이 벌어져 ‘정당행위’였다는 정부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간인 학살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주민의 연령, 성별, 무장 상태, 해병 제2여단의 피해 발생 여부 등을 고려할 때 교전상황 또는 교전 의심상황 등 살상 행위의 위법성을 부인할 만한 사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부대원들은 당시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이고, 살상행위는 해병 제2여단 1중대에 부과된 작전 수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외형상 직무행위로 인정할 수 있다”며 “국가배상법에 의해 피고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했다.
응우옌씨는 선고 후 기자회견에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 사건 피해자뿐 아니라 다른 사건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살펴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들의 대리인을 맡은 임재성 변호사는 “정부가 상고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다른 피해자들에 대해 어떻게 진실을 규명하고 명예를 회복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