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성과 300%+1000만원”…총파업 기로
MG손보 “고용승계하라” 실사 거부…청·파산 위기
임금협상 돌입한 카드사…수익성 악화에 ‘진통’
지난해 연말부터 금융권 노동조합들이 강경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사 앞에서 노조원들이 파업 집회를 하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벼리·유혜림 기자] 지난해 연말부터 금융권 노동조합들이 강경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사상 첫 총파업에 돌입한 IBK기업은행은 추가 파업을 검토 중이고, KB국민은행 또한 파업의 기로에 서있다. MG손해보험은 ‘고용승계’를 주장하는 노조에 매각 절차가 중단되며 청·파산 위기에 처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지난달 사상 첫 단독 총파업에 이어 추가 파업을 저울질하고 있다. 지난 10일 류장희 신임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취임식에서 조합원들에게 현재 협상 상황에 변화가 없으면 2·3월 중 2차, 3차 총파업을 진행하는 내용의 투쟁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기업은행 노조는 을지로 본점 앞에서 사상 첫 단독 총파업을 진행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진행된 파업에는 업에는 조합원 7000~8000명이 참여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사측과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에 ‘차별 임금’과 ‘체불 임금’을 해소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현재 기업은행이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같은 노동을 제공하는 시중은행 직원보다 30% 적은 수준의 임금을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노조는 정부의 총인건비 제한 탓에 시간외근무 수당은 아예 지급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한다.
은행별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기준 기업은행의 임직원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은 8528만원이었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평균(1억1350만원)보다 24.9%가량 적은 수준이다.
시중은행 중에는 KB국민은행 노조가 파업의 기로에 서있다. 국민은행 노조가 지난 14일 진행한 쟁의행위(총파업) 찬반 투표에서 참여 노조원 9702명(투표율 88.2%) 중 9274명(95.6%)이 찬성했다. 노조는 파업 카드를 쥐고 사측과 최종 협상을 진행하는 중이다. 만약 파업이 현실화하면 2019년 이후 6년 만의 파업이다.
노조는 현재 임단협 교섭에서 ▷보로금(성과급) 300%(통상임금 기준)+1000만원 ▷임금인상률 2.8% ▷신규 채용 확대 ▷경조금 인상 ▷의료비 지원제도 개선 ▷임금피크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MG손해보험 제공] |
보험업계에서는 MG손해보험 노조의 몽니에 매각 절차가 멈춘 상황이다. 지난 2022년 4월 MG손해보험이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된 이후 예금보험공사는 세 차례 공개 매각을 추진했다. 지난해 12월 메리츠화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MG손보 노조가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실사를 거부하면서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예보는 메리츠화재가 인수를 포기할 경우 청·파산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되면 124만 명에 달하는 MG손보 보험계약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해진다. 예보는 최근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MG손보 노조의 실사 저지로 인해 실사 착수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시장 상황이 여의찮아 매각이 어려울 경우, 보험계약자에게 예금보험금을 지급하고 청·파산 방식으로 정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MG손보 노조는 17일 성명을 내고 “메리츠화재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을 철회하고 정당한 과정과 당당한 결과를 소원한다”고 밝혔다.
카드업계도 임금 협상 과정에서 진통을 이어가고 있다. 하나카드 노조는 임금 4%대 인상을 비롯해 성과급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우리카드도 임단협 첫 회의를 열고 협상에 돌입했다. KB국민카드는 가까스로 임단협 잠정 합의를 이룬 상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몇몇 카드사의 경우, 올해 취임한 신임 대표가 노사갈등부터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일부 카드사 노조는 사장실이 있는 층에서 시위를 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예년보다 더 노사 간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맹점수수료 인하에 임금 인상까지 더해지면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 당국의 올 7월 예정된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카드론 포함 검토)까지 고려하면 카드론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본업 대신 카드론으로 그나마 실적을 메꿔왔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허리띠도 졸라매고 있다. 카드사 8곳 중 4곳이 지난해 말부터 이달까지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KB국민카드는 2021년 11월 이후 약 3년 만에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신한카드도 1968~1974년생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하나카드도 이달 만 15년 이상 근속한 직원 중 만 40세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