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고려아연 손 잡았다…“최윤범 측, 임시주총 유리한 고지 점령” [비즈360]

17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측 안건인
집중투표제·이사수 상한 ‘모두 찬성’

‘캐스팅 보트’ 역, 국민연금 결정에
고려아연 “고려아연 미래비전의 승리”
MBK “집중투표제 저지 힘쓸 것”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 보트’로 주목을 받고 있는 국민연금이 오는 23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제안한 집중투표제와 이사 수 상한 설정 등 핵심 안건에 찬성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17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오는 23일 개최되는 고려아연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이같이 정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즉각 “국민연금과 그 외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 상당수가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라면서 “고려아연이 가지고 있는 국가기간산업으로의 중요성과 그동안의 성과, 그리고 미래성장을 위해 무엇이 좋은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검토 끝에 현명한 결정을 내려 주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고려아연 현 경영진과 임직원은 이번 임시주총에서뿐 아니라 앞으로도 소수 주주 권한 강화 등 주주가치 제고와 이사회 독립성 및 다양성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라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내고 있다. [임세준 기자]


‘경영권 분쟁’ 핵심 쟁점…집중투표제가 뭐길래?


현재 고려아연의 이사회 구성원은 총 13명으로 장형진 영풍고문을 제외한 12명은 최 회장 측 인사로 꾸려져 있다. 이에 MBK·영풍 측은 새 사외이사 12명을 선임하는 안건을 임시주주총회에 상정한 바 있다. MBK와 영풍 측에 따라 12명의 사외이사가 모두 선임될 경우 고려아연의 이사진은 최 회장 측 12명 대 MBK와 영풍 측 13으로 추가 기울게 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최 회장 측이 꺼낸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수 상한 19명 안건이었다. 고려아연 이사회 내에서 12대 1의 격차로 열위에 놓인 MBK·영풍은 많은 이사수를 뽑아야만 역전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집중투표제란 이사 선출 때 후보별로 1주당 1표씩의 투표권을 주지 않고 1주당 뽑을 이사 수만큼 투표권을 부여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MBK·영풍은 많은 이사 수를 선임해야 이사회 세력격차를 역전할 수 있는 만큼,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이사회 장악이 어려워진다.

국민연금은 지난 2020년부터 최근 5년간 국민연금은 집중투표제 관련 안건에는 모두 찬성표를 던져왔다. 소액주주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라는 판단에서다. 최 회장 측의 회심의 카드가 먹힌 것이다.

최 회장 측이 제안한 이사 수 상한 19명에도 손을 들어줬다. 영풍 측이 이사진을 늘릴 여지가 한 차례 더 제한된 것이다.

더불어 이번 임시 주총에서는 최 회장 측이 제안한 두 안건이 모두 통과됐을 경우 이사 7인을 선임하는 내용인 제2호 안건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고려아연 이사회 추천 후보인 제임스 앤드루 머피·정다미·최재식 후보와 영풍·MBK 측 후보인 권광석·김용진·변현철 후보 등 각 진영에 3표씩 나눠 찬성표를 행사하기로 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승기 잡나?’…변수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


국민연금이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주면서, 23일 열릴 주주총회는 고려아연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정관투표제를 도입하려면 정관 변경을 해야 하는데, 상법상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고려아연과 같은 상장회사가 집중투표제 관련 정관을 변경할 때,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최대 3%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른바 ‘3% 룰’이다. 이에 따를 경우 고려아연 지분의 3분의 1은 영풍·MBK 측과 최 회장 및 우호세력 측이 가지고 있고, 나머지 3분의 1은 국민연금이, 3분의 2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영풍·MBK가 집중투표제 도입을 전제로 한 신규 이사 선임 안건에 의안상정금지 가처분을 제기해 놓은 상태라 변수는 여전한 상황이다. 법원의 결정은 21일까지 나온다.

MBK·영풍은 이번 국민연금의 결정에 아쉬운 입장을 내비췄다. 양측은 17일 낸 입장문에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물론, 연기금들의 고려아연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 변경 의안에 대한 찬반 의견이 나뉘어지고 있다”라면서도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도입된다면, 소수주주 보호라는 제도 본연의 취지는 몰각되고, 최윤범 회장 자리 보전 연장의 수단으로만 악용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서 “앞으로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 변경 의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국내외 기관투자자들과 일반 주주들의 설득에 더욱 집중하고자 한다”라면서 “집중투표제 도입 시, 1대 주주와 2대 주주 간 지배권 분쟁 국면은 장기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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