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스카이라이프 ENA에서 방송 중인 ‘기안이쎄오’ . 시청률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 ENA] |
[헤럴드경제=박영훈 기자] “이러다 다 소멸한다”
케이블TV 등 유료 방송이 초토화되고 있다. 거의 다 적자를 내고 있다.
유료 방송이 초유의 위기 상황에 몰린 것은 시청자를 넷플릭스 등 OTT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시청률 0%대 프로그램도 속출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KT스카이라이프에 대해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지난해 4분기 55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냈다는 분석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그나마 사정이 낫은 편이다.
케이블TV 등 유료 방송이 올해 거의 다 적자를 낼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이 나왔다. 유료 방송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14곳 가운데 3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KT스카이라이프 사옥 [사진=KT스카이라이프] |
유료 방송들은 “소멸 위기에 직면했다”며 초유의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대기업 계열의 KT스카이라이프, LG헬로비전, HCN 등 주요 유료 방송조차도 사상 첫 희망퇴직에 들어가, 직원들을 수백명씩 줄이고 있다.
LG헬로비전 관계자는 “올해 유료 방송의 경영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표에 따르면 유료 방송 가입자는 2023년 하반기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 등 OTT 이용이 늘면서 유료 방송을 해지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국내 19세 이상 유료 방송 이용자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료 방송 이용자의 37%가 유료 방송을 해지하고 OTT 이용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주용 인하대학교 교수는 “글로벌 OTT의 국내 방송시장 잠식 현상은 수년 이내 국내 채널 사업과 유료 방송 사업의 쇠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게이티이미지] |
제작 비용이 크게 증가한 데 반해 광고 시장은 침체했고, 여기에 이용자까지 줄면서 유료 방송이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특히 자금력에서 넷플릭스와 경쟁하기는 무리다.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2’에 1000억원을 쏟아붓는 등 제작비 수백원이 넘는 작품을 대거 내놓으면서 유료 방송 가입자를 흡수하고 있다.
유료 방송 관계자는 “정부는 최근 국내 OTT를 위해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지만, 케이블 방송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OTT와 달리 유료 방송은 규제도 많아, 유료 방송의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