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오는 2월 기준금리 인하 기정사실화됐다”
마지막 변수는 美…트럼프 출범·FOMC 결과 주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1월 기준금리 동결에도 오히려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 동결을 두고 ‘쉬어 간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원화 약세로 당장 내리진 못했을 뿐, 금리 인하라는 통화당국의 기조는 변하지 않았단 의미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금리 동결 발표에도 채권은 금리 하락에 가격이 올랐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당장 2월부터 금리가 다시 내려가고, 추가적 인하도 이어져 연내엔 2%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단 분석이 반영됐다. 증권가에선 2월 인하는 기정사실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마지막 변수는 미국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만약 이번 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미국 금리 인하 속도가 더 둔화할 수 있단 조짐이 강하게 나타나면 달러 가치가 다시 뛸 수 있다. 통화당국 입장에선 경기부양과 환율 사이 딜레마에 또 한 번 갇히는 셈이다.
이 총재가 지난 16일 기준금리 동결 이후 진행한 기자간담회는 오히려 인하의 이유와 필요성이 더 많이 강조됐다.
“소비, 건설경기 등 내수 지표가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다”라거나 “2024년 성장률도 (기존 전망치인 2.2%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라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금리 인하를 이용한 경기 부양이 절실하단 의미다.
금융통화위원들도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신성환 위원은 이번 달에도 인하 소수 의견을 냈다. 신 위원은 “환율 상승이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경기 둔화로 수요자 측 물가 압력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해 경기에 중점을 두고 금리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라고 이 총재가 전했다.
이어 “다른 분들도 (신 위원 의견에) 다 동의하면서도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커서 일단 대내 요인에 방점을 두고 한번 ‘쉬었다 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이었다”고 설명했다.
3개월 내 금리 인하에 대해선 금통위원 내부 이견이 없었다. 이 총재는 “저를 제외한 금융통화위원 6명 모두 3개월 이내에 현재 연 3.00%보다 낮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금통위 결과 자체는 매파적(동결) 결론을 냈지만, 이 총재의 발언은 완화적(비둘기) 표현으로 채워진 셈이다. 이에 시장은 결과보다 발언에 더 주목했다. 금리 동결 결정이 발표된 16일 채권금리가 일제히 하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증권가에선 당장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2월 금통위에서 25bp(1bp= 0.01%포인트) 인하가 기정사실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 총 3회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올해 2.25%까지 기준금리가 내려간다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당사는 상반기 중 두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라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낮아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현 수준보다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에 한 차례 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지호 BNP파리바 선임 이코노미스트도 “기자회견에서 이 총재의 어조가 비둘기파적인 것으로 읽었다”며 “우리는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중립 영역으로 빠르게 되돌리려는 의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월과 4월에 금리를 25bp씩 인하해 2025년 상반기까지 정책금리를 2.50%로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며 “성장 우려가 지속된다면 기본 시나리오에 금리 인하를 더 추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공식 사진’이 16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연합] |
2월 기준금리 인하 관측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현지시간) 취임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더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를 외친 그를 경계하듯 외환시장은 이미 달러 강세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는 전 거래일보다 1.6원 오른 1458.3원을 기록했다. 트럼프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경계감이 높아진 탓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과 비슷한 109.138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최근 110을 넘으며 2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라선 바 있다.
이달 28~29일(현지시간)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우리나라 금리 인하에 제약을 걸 수 있다. 예상보다 더 강한 매파적 발언이 나오면 달러 강세가 더 거세지고 우리나라의 금리 인하가 또다시 환율로 인해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이미 일각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올해 내내 묶어둘 수 있단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최근의 미국경제 상황과 평가’ 보고서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 10곳 중 2곳이 미 연준의 올해 금리인하 횟수를 ‘0회’로 전망했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해 12월 연내 2회 인하를 예상했다가 올해 1월 들어 0회로 변경했다. 도이치뱅크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해 1월에도 연내 동결 전망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