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구를 수행한 강경진(오른쪽) 박사와 이민혁 박사후연수연구원.[한국뇌연구원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한국뇌연구원은 신경혈관단위체 연구그룹 강경진 박사 연구팀이 미각 신경세포들의 상호작용에서 ‘전기연접 억제’ 현상을 이용한 분자적 기전을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9일 밝혔다.
뇌의 신경망은 신경세포 간의 소통을 통해 기억, 학습, 감각 같은 정보를 저장하거나 처리한다. 신경망의 작동에는 시냅스를 이용한 화학적전기적 소통 방식이 잘 알려져 있지만, 이러한 시냅스를 이용한 원리와 상관없이 신경세포 활성으로 생성된 미세한 전기장이 인접한 신경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전기연접 전달 방식도 뇌내 정보처리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연접 전달 방식에 대한 분자적 기전이 아직 잘 밝혀져 있지 않다.
연구팀은 초파리의 미각 신경세포를 대상으로 전기생리학, 광유전학 및 행동유전학적 연구를 진행한 결과 미각 신경세포 간 소통에 전기연접 억제 현상이 작용하고 있음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연구팀은 초파리 미각 신경세포 간의 전기연접 억제 현상은 단맛을 느끼는 신경세포가 쓴맛을 느끼는 신경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일방향성을 보이는 것을 확인하였다. 단맛과 쓴맛 미각신경세포가 양방향으로 전기연접 억제를 한다면 서로의 활성을 방해해 단맛과 쓴맛 신호 모두 감소하지만, 단맛 신경세포가 우세한 일방향으로 작용하면 쓴맛 신호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강경진 박사는 “단맛이 커피나 약물의 쓴 맛을 줄이거나 과일주스를 마실 때 불쾌할 수 있는 신맛을 덜 느끼게 하는 등, 사람에서도 확인되는 단맛과 다른 미각 간 조절 현상을 이런 원리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이러한 일방향성을 위해 단맛 세포에 존재하는 채널인 ‘과분극 활성화 고리형 뉴클레오티드 개폐통로(HCN 채널)’가 쓴맛 세포에서 보내는 억제신호를 차단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강 박사는 “이번 연구는 전기연접 억제의 분자적 기전을 규명함으로써 신경세포 간 정보처리의 새로운 방식과 이를 활용한 뇌의 복합적인 정보처리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초파리를 통해 앞으로 뇌 정보처리의 한 축을 담당할 신경연접 전달 기전을 더 상세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 (PNAS)’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