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자제” 호소만…‘아스팔트 극우’ 손놓은 與 [이런정치]

“물리적 충돌, 사회 혼란 가중시킬 뿐”
언행 주의 당부했지만 극우 선동 침묵
“경찰 과잉대응” “성전” 발언 논란도
“지지율 잃더라도 옳은 행동 택해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현안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진·김해솔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한 강성 지지층을 향해 연일 “물리적 충돌이나 폭력적 방식을 쓴다면 스스로의 정당성을 약화시키고 사회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자제를 호소했다. 민주화 이후 전례 없던 서울서부지법 폭력사태에 급격하게 싸늘해진 여론을 의식해 당내 인사들의 언행에도 주의를 당부했다. 하지만 정작 폭력사태를 일으킨 당사자나 추가 소요를 부추기는 듯한 극우 성향 인사들의 선동성 발언에 대한 명시적 비판은 나오지 않으면서, 사실상 과격 행동을 방치한다는 비판에 부딪혔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폭력을 동원한다면 어떤 명분으로 정당화 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위원장은 “사법절차 진행과정의 문제점들,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저와 우리 당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법치의 깃발을 높이 들고 앞장 서 싸우겠다. 논란이 되는 모든 쟁점들을 엄중히 따져 묻고, 잘못된 부분을 끝까지 바로 잡아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 위원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광기어린 마녀사냥 아니라 사태의 선후를 정확히 파악해 진상을 규명하고, 차분하고 성숙한 자세로 국가적 혼란을 극복하는 길”이라며 “우리 당에서도 폭력 선동하거나 비호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각별히 말과 행동을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권 위원장은 전날 긴급 소집한 비대위 회의에서도 “이런 불법 폭력행위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을 위하는 일도 아니다”라며 자제를 거듭 촉구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은 “더 이상 물리적 충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권 위원장 명의의 긴급메시지를 핵심 당원들에게 공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폭력사태에 연루돼 체포된 지지자들이나 선동성 발언을 이어가는 극우 인사 및 유튜버에 대한 비판은 이날도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18~19일 서부지법 담을 넘거나 폭력사태를 일으킨 혐의로 86명을 연행했는데, ‘아스팔트 극우’의 대표적 인사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국민 저항권이 발동됐기 때문에 우리가 윤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데리고 나올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이 밖에도 여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둔하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발언들 연이어 나오며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외롭고도 힘든 성전(聖戰)에 참전하는 아스팔트의 십자군들”이라고 썼다가 비판이 일자 “폭력사태를 옹호할 생각이 없다”며 해당 표현을 삭제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와 일부 원외 위원장들 사이에서는 체포된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법률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5선의 윤상현 의원은 18일 밤 서부지법 앞 지지자들에게 “(체포된 월담자들이) 아마 곧 훈방이 될 것”이라고 발언해 폭력사태를 부추겼다는 야당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윤 의원은 “서부지법에서 벌어진 불행한 사태의 도화선은 다름아닌 대통령 구속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와 그에 성난 민심이지 제 발언이나 행동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지도부에서는 오히려 사태를 진압한 경찰에 화살을 돌리는 듯한 발언이 이어졌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다른 불법집회에서 볼 수 없었던 경찰의 과잉 대응, 폭력행위에 대해 신속하고 충분한 진상을 규명해 달라”고 했고, 권 위원장도 이날 “민노총 앞에서는 한없이 순한 양이었던 경찰이 시민들에게는 한없이 강경한 ‘강약약강’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성 지지층에 대한 비판을 삼가는 분위기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이례적인 상승곡선을 그리는 당 지지율과 맞닿아 있다. 한 영남권 재선 의원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과격하고 다신 일어나지 말아야 할 행동”이라면서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와 다르게 보수가 무너지지 않게 지킨 일등공신들 아닌가.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당 소수파인 친한(친한동훈)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6선의 조경태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이라는 그런 표현에 대해서 동의하기가 어렵다”라며 “사법권능을 정면으로 부정한 이 행위에 대해 우리 여당이 먼저 조금 더 단호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선의 김상욱 의원도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극우 유튜브들이 잘못된 왜곡된 여론을 만든다”고 우려를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고 해서, 또는 지지율을 더 얻을 수 있다고 해서 모든 행동이 정당화되지 않는다”라며 “지지율에 손해가 가더라도 다른 행동을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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