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2조원대 CMO 계약에 주가 소폭 상승
전문가 “금리 인하, 트럼프 정책 등이 더 큰 영향”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의 메인 행사장인 그랜드볼룸에서 기업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세계 최대 바이오 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막을 내렸다. 이번 컨퍼런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제히 반등했던 제약·바이오주가 행사 기간엔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며 아쉬운 성과를 보였다.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시작되기 전부터 관련주가 반등하는 등 시장에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지난해 흔들리는 정세에도 제약·바이오 개별 상승 모멘텀은 두드러진 바, 금리가 높았던 일부 시기를 제외하고 코스닥 지수 상승기를 주도했던 섹터 역시 대부분 헬스케어였기에 이번 행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관련 주가는 컨퍼런스 전 일제히 급등하던 모양과 다른 성과를 보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메인 트랙 발표에 나서 중장기 비전을 소개했고,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처음 메인 발표에 나섰으나 이들의 주가가 모두 호재로 돌아선 건 아니었다.
국내 바이오 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기업으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셀트리온은 2.76% 하락했으며, 그밖에 알테오젠(-0.65%)·삼일제약(-1.35%)·SK바이오팜(-4.69%)·한올바이오파마(-4.75%)·온코닉테라퓨틱스 (-16.94%) 등 관련주로 꼽힌 제약·바이오 주가는 떨어졌다.
그나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반등했다. 지난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유럽 소재 제약사와 14억 1011만달러(2조747억원) 초대형 위탁생산(CMO) 계약 체결 소식을 밝혔다. 관련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1.19% 상승했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수주 경쟁력 강화, 달러 강세로 실적에 우호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이익 성장 가시성이 높다”고 봤다.
[게티이미지뱅크] |
이번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의 메인 키워드는 ‘ADC(항체-약물 접합체)’였는데, 해당 기술을 보유한 리가켐바이오는 0.25% 올랐다.
반면 해당 컨퍼런스에서 처음으로 메인세션 발표에 나선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14.44%나 하락했다. 신약 연구개발 기업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16일 발표에서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의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하겠다는 포부를 전했지만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진 않았다.
컨퍼런스 주간 마이티 바이오시밀러 & CDMO RISE(-1.98%)와 바이오 TOP10 액티브(-1.03%), TIGER 바이오 TOP10 (-0.2%) 등 관련 ETF(상장지수펀드)들도 하락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업계 전문가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는 신사업들이 발표되기보다 회사 간 네트워킹 성격이 강하며 참석에 의의를 두는 경우가 많아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엔 이르고 어려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6월에 열리는 미국 임상종양학회(아스코·ASCO)에서의 신기술 발표와 데이터 공개 측면에서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큰 행사가 개최되고 이에 참석하는 건 기대 요인이지만 행사에서 나오는 내용이 대형 M&A(인수·합병) 등 큰 건이 아니면 사실 새로운 내용은 크게 없다”며 “오히려 3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론이 고개를 들고 있어 미국 정책적인 부분에 주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 또한 트럼프 2기 출범 이후를 주목해야 한다고 꼽았다. 그는 “트럼프 2.0 정책 중 ▷법인세 인하 ▷도드-프랭크법 완화 ▷규제 완화 ▷반독점 및 합병 심사 기준 완화 등은 M&A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데, 제약 및 바이오텍 기업은 신약 개발 및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해 M&A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 혜택을 볼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물가 안정을 목표하는 만큼 높은 약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해결을 위해 약가 유통 과정의 투명성 제고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장에서는 트럼프 2기 정부가 추진하는 약가 인하, 생물보안법 등이 국내 업체에 기회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비싸게 책정된 약값을 인하하기 위해 바이오 시밀러나 제네릭 의약품 촉진을 통해 전반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이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에는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